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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주식 '잘 모르는' 증권맨

이승우 자본시장부 부장공개 2023-08-10 07:54:06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수가 없습니다."

본점은 물론이고 지점에서 주식 영업에 애를 먹고 있는 모 증권사 사장의 하소연이다. 애를 먹고 있다는 건 비즈니스가 잘 안된다는 게 아니다. 잘 되고 있는데 전문 인력을 찾는 게 힘들다는 뜻이다.

증권사 주식 전문가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사라졌다기보단 일반 고객들이 전문가가 되면서 증권사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권위를 잃고 있다는 게 맞다.

그만큼 우리 주식시장도 대중화됐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증권사 지점 직원에게 계좌와 비밀번호를 맡기는 게 당연시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업 내부정보 이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도입됐고 유투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 비대칭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주식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전문성은 더욱 깊어졌다.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분석 능력을 증권사 직원들이 따라 가지 못할 지경이다.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사모운용사 설립이 수월해지면서 월급쟁이보다는 자본가를 택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와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 이후 잘 나가는 주식쟁이들의 사모운용사 설립은 봇물을 이뤘다. 최근 들어서는 개인 유튜버로 전향한 선수들이 또 얼마나 많아졌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전문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은 주식 비즈니스를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까. 지점 하나 없이 연간 1조원 순익을 낸 키움증권의 무한 잠재력을 보았으니 대충 얼버무릴 게 아니라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선 증권사 사장은 사내 스터디와 동아리 형태로 직원들의 주식 전문성을 높이려 한다고 했다. 과거 방식으로의 회귀다. 증권사 직원이 고객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문 인력, 즉 선수에 집착하는 방식의 주식 비즈니스보다는 고객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 관계로 변화해 보는 건 어떨까. 증권사 직원들이 픽(pick)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종목을 발굴하고 검증하는 환경만 조성해주는 방식이다. 증권사 직원은 도우미 정도로 한발 물러선다.

이미 많은 하우스가 주식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증권맨이 그 산업 종사자 혹은 C레벨 인사들을 초빙해서 고객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형태, 고객들간 종목 스터디를 지원하는 형태 등 제3자의 위치로 물러서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산가들의 WM 비즈니스가 이런 식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 이어 대중 고객을 상대하는 리테일 비즈니스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어설픈 지식으로 접근했다 사후적으로 고객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사라질 수 있다.

물론 주식 투자를 위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정보를 증권사들이 제공해야 한다. 산업과 종목 선택을 위한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혹은 고객이 원하는 류의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줄 필요도 있다.

이 업무는 리서치센터의 역할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법인고객을 위한 전통의 리서치센터가 아니라 극단적으로 말해 '고객 서비스센터'로 변화하는 건 어떨까. 기업과 산업 분석 등 전통 주식 리서치에 더해 비상장 투자 상품, 픽스드인컴 상품, 부동산 투자상품 등 대체투자를 위한 다양한 자산에 대한 리서치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전제가 있다. 증권사 CEO들의 사고 전환이다. 리서치센터는 수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늘 구조조정 1순위다. 하지만 리서치야 말로 1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라는 걸 간파해야 한다. 애널리스트 역시 상아탑이 아닌 고객 서비스를 위한 첨병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조직과 사람이 그대로면 결국 도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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