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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는 지금]현실된 오너 공백, 성장세 유지할 수 있을까①이동채 전 회장 징역형에 총수부재로 인한 동력 상실 우려

김위수 기자공개 2023-08-25 07:34:56

[편집자주]

에코프로그룹에 오너공백이라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간 비슷한 일을 겪은 국내 기업들은 공백 기간동안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투자에 있어 위축된 모습을 보여왔다. 에코프로그룹은 총수부재를 딛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에코프로그룹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경영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논쟁에는 뚜렷한 답이 없다. 기업이 오너의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고 부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고 단기적 성과에 매몰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책임감있는 경영이 가능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사안이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오너경영이 가장 적합하다는 점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오너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경우 동력을 한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이 오너경영으로 돌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오너의 부재로 성장 추진력 상실을 일시적으로나마 겪은 곳들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월급쟁이 경영인으로서는 회사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너공백 사례 살펴보니

기업집단의 총수가 구속돼 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최근의 사례로 삼성전자를 살펴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이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장은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간,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7개월간 두 차례 수감됐다.

특별사면이 돼 취업제한 족쇄에서 풀린 것은 지난해 8월이다. 2016년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총수공백의 여파로 재계 관계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 회장이 석방된 상태였던 2019년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성장 로드맵 '비전 2030'을 제시하고 133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파운드리를 맡는 화성 V1 라인 가동과 평택 극자외선(EUV) 전용 파운드리 생산 공사에 돌입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이 회장이 재수감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파운드리 분야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2.4%로 1위 TSMC와의 격차가 47.7%포인트(p)에 달했다.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는 반응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2021년 6월 170억달러(약 20조원)을 들여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공장 설립 계획이 확정된 것은 5개월여가 지난 11월로 이 회장이 출소한 뒤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에 드는 금액이 해외 단일 투자 규모 가운데 가장 컸던 만큼 총수부재가 의사결정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월스트트리트저널(WSJ)도 당시 "삼성의 미국 반도체 공장 위치 결정은 지난 8월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몇 달 만에 나온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에 앞서 SK그룹도 총수 구속으로 인한 오너공백을 겪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징역 4년형을 받은 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될 때까지 2년 7개월간 복역했다. 이 기간 SK그룹 역시 눈에 띄는 투자 및 M&A에 나서지 못했다. 오히려 계열사들이 진행 중이던 M&A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후 SK그룹의 투자 행보가 활발해진 것은 최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 뒤다. 최 회장 출소 직후 SK하이닉스의 46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이 발표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외에 총수부재를 겪은 한화·CJ 등 역시 공백기 동안 투자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동채 전 회장 징역형, 에코프로 영향은

최근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에 대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해 이 전 회장이 에코프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하는 등 전문경영인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을 갖춰놨다는 것이 에코프로 측의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의 공백이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에코프로를 바라보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비즈니스는 오너 비즈니스"라며 이 전 회장 부재에 따른 에코프로그룹의 성장동력 상실에 대해 걱정했다.

시장의 성장속도는 물론 각국의 규제 및 경쟁 상황의 변화가 빠르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투자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산업으로 지목된다. 2022년 전후로 국내 배터리 3사의 대표이사가 각 그룹의 오너와 가까운 인물들로 교체된 점은 우연이 아니다.

에코프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3월 2026년까지 총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에코프로는 지난달 포항 남구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2027년까지 2조원을 들여 이차전지 소재를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 블루밸리 캠퍼스(가칭)'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액션플랜이 마련된 투자계획이 아닐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시장상황에 맞는 투자규모 확대 및 추가 합작법인(JV) 설립 과정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사업 확대에 따른 경영 시스템 구축과 이 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블루밸리 캠퍼스 및 오창 연구개발(R&D) 캠퍼스 건립에도 리더십 부재로 방향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발생한 오너 공백은 치명적일 수 있다"며 "정해진 사안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의사결정 과정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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