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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브레이크 걸린 '황제주' 에코프로비엠최근 3년간 8배 급등, 이달 들어 추세적 하향…증권가 "과열됐다"

고진영 기자공개 2023-08-23 07:30:3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7:5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텍스트, 스크린샷, 폰트, 도표이(가) 표시된 사진자동 생성된 설명

최근 주식시장에서 황제주를 꼽으라면 에코프로그룹주가 1순위죠. 에코프로와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이 그룹주 양대산맥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지난달 26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장중 52만9000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3년 전과 비교해 종가 기준으로 정확히 8.1배 뛰었군요. 연초부터 엄청난 폭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텍스트, 스크린샷, 폰트, 그래프이(가) 표시된 사진자동 생성된 설명

다만 이달 들어선 다소 기세가 주춤합니다. 7월 말 피크를 찍은 이후 계속해서 추세적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8월17일에는 31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고점 대비 31%나 빠진 수치네요. 전날(16일)의 경우 주가가 30만3500원으로 떨어져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밑돌기도 했죠. 30조원 선이 무너진 것은 근 한 달 만에 처음입니다.

제동이 걸린 이유가 뭘까요. 먼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파죽지세를 달리게 된 시점을 보겠습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주가도 지지부진했는데요. 같은 해 2월 삼성SDI의 투자유치, SK이노베이션과의 공급계약 소식이 연이어 들리면서 기세를 탔죠. 잘해야 5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주가가 한 달 만에 9만원대로 급등했습니다. 2021년 급기야 50만원대를 찍고 코스닥 시총 2위로 등극할 때까지 계속 올랐고요.

그러다 에코프로비엠이 2022년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결정, 그 해 7월 신주가 상장되면서 주식 수가 4배로 늘었습니다. 자연히 지분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4분의 1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고 10만원 대로 내려왔죠. 다시 무서운 상승세가 시작된 것은 올해부터입니다.

◇Industry & Event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말해야 입만 아픈 2차전지 업종의 상승세와 맞닿아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전기차 시장은 멈춘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연장이 되지 않았고 연비규제도 느슨해졌으니까요.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으로 상황이 바뀌었어요.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정부 소유차량 64만5000대를 순수 전기차로 전부 교체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합니다. 자동차 정책의 무게중심을 전기차 쪽으로 옮기겠다는 시그널과 다름없었죠.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 평균 1.5%로 대폭 낮췄던 연비상향 목표를 8%로 올리고, 2019~2021년 모델의 신차 판매에 대한 연비규제 위반 벌금도 기존 5.5 달러에서 14 달러로 인상했습니다.

힘을 받은 전기차 시장의 기세는 2차전지 시장으로, 다시 2차전지 소재 시장으로 전달됐죠. 그리고 지난해 8월 미국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하면서 2차전지 분야는 더 날개를 달았고요.

그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은 주가 측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인데요. 강점은 기술력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하이니켈 양극재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NCM(니켈·코발트·망간)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거든요. 에코프로그룹이 양극재 생태계를 수직 계열화해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인데, 구조는 이렇습니다.

먼저 다 쓴 폐배터리에서 에코프로CNG가 메탈을 뽑아내면 에코프로이노비이션이 수산화리튬을,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전구체를 생산합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 전구체와 수산화리튬을 섞어서 소성(불에 굽기)해 양극재를 만들어내죠.

실적도 한동안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6161억에 불과했던 연결 매출이 작년 말 5조3576억원으로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371억원에서 144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요.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은 예상에 못 미쳤네요.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약 2조3000억원, 영업이익 약 1600억원을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1조9063억원, 1147억원을 거두는데 그쳤으니까요. 안그래도 2차전지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었는데 부진한 성적이 실망을 더한 셈이죠.


◇Market View

증권가에서도 에코프로비엠에 추가적 상승 여력이 있는지를 두고 대다수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올라도 이미 너무 올랐다는 것이죠. 최근 하이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등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고 NH투자증권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는데요.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내는 일이 얼마나 드문 지를 감안했을 때 중립은 사실상 팔라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최근 3개월간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낸 19개 증권사의 전망 분포를 분석해보면 8개 증권사가 중립, 1개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제시했군요. 한달 전과 비교해 중립 의견이 5개에서 8개로 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하나증권의 경우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상승여력이 20% 미만이라 장기투자엔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했네요. 또 중립 의견을 보인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적정주가를 36만원으로 제시했는데, 현재 주가보다는 조금 높죠.

노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연초 대비 323% 상승했으며 국내 양극재 1위라는 프리미엄과 주력 고객사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양극재 제품 믹스 다변화 등으로 수주잔고가 증가할 경우 기업가치 변경 여지는 남아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메탈가격 급락이 가져온 판매단가 하락을 고민거리로 지적했고요.

더 냉정한 의견도 있어요.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20만원대였던 5월 이미 투자의견을 ‘HOLD(중립)’에서 ‘REDUCE(매도)’로 낮췄습니다. 주가 과열국면이 심화됐다는 이유를 들었죠. 황 연구원은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기업가치는 2030년 삼원계 양극재 생산능력이 100만톤에 달하는 것을 가정한 수준”이라며 “성장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20만원 이상의 주가는 고평가”라고 판단했습니다.

경쟁사들과 비교해볼까요? 사실 평가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업종 전반적으로 올라간 상태입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PER이 78.45, PBR 15.60배를 기록했는데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174.22배와 8.48배, 엘앤에프는 61.22배와 8.35배를 나타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의 PBR이 특히 높은 이유는 경쟁사들보다 순이익은 월등히 많은 반면 자기자본은 비슷하거나 훨씬 적기 때문이고요.


그런데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순양 전 금양 홍보이사의 의견은 좀 다릅니다. 에코프로비엠이 지금보다 4~5배는 더 뛰어야 적정주가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는 지난달 유튜브를 통해 "에코프로비엠의 예정된 캐파를 감안하면 2026년 매출은 50조원, 순이익은 4조원으로 짐작되고 이를 반영해 계산했을 때 같은 해 시가총액이 120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어쨌든 에코프로비엠이 최근 몇년간 대단한 성장을 이룬 것은 분명하죠. 그만큼 영업환경 변화도 컸던 상황에서 핵심 임무가 주어진 인물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장우 부사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에코프로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큰 기업은 그만큼 빚이 불어나는 속도도 빠르거든요. 적절한 시점 자본확충을 해줘야 하는 CFO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thecfo.kr

김 부사장은 SK그룹 출신의 외부인사인데요. 1963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대 초중반 SK이노베이션 IR팀장, 자금팀장을 맡다가 2016년 1월 임원에 올랐습니다. 재무2실장으로 SK에너지와 SK엔무브 사내이사, SK지오센트릭 감사 등 자회사 이사직을 겸직하며 활약했고요.

그러다 2018년 SK이노베이션이 재무실을 2실에서 4실 시스템으로 개편하면서 재무3실장으로 직함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재무3실은 재무본부 산하에서 재무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곳입니다.

에코프로비엠에 합류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을 떠나고 1년 뒤인 2022년 초인데요. CFO로 영입된 김 부사장은 에코프로비엠의 자회사이자 해외사업 진출의 본부격 회사인 에코프로글로벌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은 유상증자로 6246억원을 끌어와 4700억원을 에코프로글로벌에 수혈했는데 이때 딜을 총괄한 인물이 김 부사장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6월 30일 국내 사모펀드(PEF)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4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쿠폰금리가 0%인 CB인데요. 투자자들이 오로지 매각 차익을 노리고 들어왔으니 그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다는 뜻입니다. 이 확신을 실현해야하는 것도 김 부사장의 몫이죠.

하지만 IR 등 재무 활동을 총괄하는 김 부사장도 주가에 대해 언급하는건 부담스러운 것 같습니다. 더벨은 키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통화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홍보실을 통해 김 부사장에게 주가와 관련된 질문지를 보냈지만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가와 관련해선 대응을 삼가기로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정했다"며 양해를 구했는데요. 아무래도 CFO 입장에서 자기 회사가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하기도, 고평가라고 하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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