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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교보생명의 금융지주 전환…한계와 가능성[경쟁력 강화방안]⑩손보업·자산운용 활용 기업가치 제고 가능…FI 갈등 봉합용 지적도

김형석 기자공개 2023-09-07 07:15:24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은 국내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사안이다. 알리안츠와 BNP파리바 등 유럽의 글로벌 금융그룹의 경우 보험업을 모태로 한 대형 금융사가 출범했지만 국내에서 보험사가 금융지주를 설립한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설립을 통해 다양한 금융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생명보험업을 넘어 손해보험업과 증권, 자산운용 등 새로운 먹거리 확보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기업가치 확대는 현재 진행중인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갈등 역시 봉합할 기회로도 분석된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2대 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24%) 등 FI 설득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손보사 인수 난항 역시 지주사 전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목표였던 만큼 손보업 진출 지연은 지주사 전환 명분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생보업 성장 정체…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기대

교보생명은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계획을 밝혔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가치 확대를 위해서다. 생명보험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보생명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생명보험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는 "2022년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한 금리 상승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환경 변화는 저축 및 투자형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생명보험 성장성에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충격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2015년 이후 8년간 생명보험은 네 번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사회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생명보험산업의 저성장 장기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생보사의 실적은 저조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총 3조7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8억원(-6.0%) 감소했다.

교보생명이 성공적으로 지주사로 전환하면 생명보험에 의존한 기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보험업 자회사 업무 범위가 제한적이라서 사업다각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지주회사의 자본 조달을 통한 관계사 투자 확대도 가능하다.

주요 금융연구소들도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그룹 구조는 이미 교보생명을 사업지주로 하는 지주회사로 볼 수 있으므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교보생명이 자회사로 편입된다는 사실이 생명보험산업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지주회사의 형태로 영위할 수 있는 사업모형이 보다 다각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사업다각화와 이를 통한 성장성 및 수익성 확보에 성공하는 경우, 다른 보험회사의 금융지주 전환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NH금융연구소는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하는 등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의지가 그 어느때 보다 높다"며 "생보사 중심 지배구조로는 그룹의 장기적 성장전략 수립에 한계를 넘어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될 경우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번째 보험계 금융지주사로 거듭나면서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금융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빌리온자산운용은 지난 2009년 설립돼 바이아웃투자 등 운용사들의 전통적 투자영역부터 부동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같은 대체투자까지 폭넓은 투자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곳이다. 교보생명에 편입된 파빌리온자산운용은 '교보AIM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룹 내 계열사와 운용 노하우 공유를 통해 펀드상품 개발 등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결국 FI와 갈등 봉합이 쟁점…손보업 진출 대안 마련 필요

기업가치 제고와 국내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기대에도 비관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업가치 확대라는 목표보다는 FI와의 갈등 봉합이 선결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FI와의 갈등이 해소되면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지주사 전환의 핵심이던 손보사 인수 장벽도 높아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제약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의 선결조건으로 FI와의 갈등 봉합을 꼽았다. FI의 설득 없이 지주사 전환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승인해야 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주주의결권의 2/3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신창재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율은 33.78%에 불과하다. 24%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지주사 전환이 불가하다.

한 금융지주사 산하 연구소는 "교보생명은 과거 IPO가 두차례나 무산된 적이 있고, 지난해 7월의 IPO만 봐도 FI의 분쟁 등의 우려로 상장이 승인되지 않았다"며 "FI와 풋옵션 분쟁이 벌어지고 있어 금융지주 전환이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소는 "보험이나 은행이나 마찬가지인데 은행 단독으로 있을 때와 지주사 전환했을 때 뭐가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지주사를 만들지 않고 은행의 자회사로 다른 금융사를 편입하는 구조여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며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주사 전환의 핵심 '키(KEY)' 였던 손보사 인수도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인수 무산 후 손보업 진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앞서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인수를 추진해왔다. 교보생명이 제안한 지분 규모는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는 수준인 지분 50% 미만이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를 통해 생명보험업과 증권업, 자산운용업에 이어 손해보험업까지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매물로 나온 손보사의 단독 인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매물로 나온 손보사들의 높은 가격과 교보생명과의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악사손보는 종합손해보험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보험계약의 90% 내외가 자동차보험에 쏠려있다. 보험고객 확보를 위해 악사손보 인수가 필요했던 카카오페이손보와 달리 다양한 손보상품 취급이 중요한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 여기에 3000억~4000억원 수준이던 인수 가격 역시 최근 5000억원 대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 매물 중 가장 큰 규모인 롯데손보는 IFRS17(새국제회계기준)에서 중요한 지표로 급부상한 계약서비스마진(CSM)도 1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하며 알짜 매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추정하는 롯데손보 몸값은 최대 3조원에 달한다. MG손해보험은 두 손보사와 달리 인수가격은 낮지만 재정건전성이 문제다. 현재 시장에서는 MG손보의 인수비용을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NH금융연구소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계획은 신성장동력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법적 분쟁이 진행중인 FI와의 분쟁 해소 없이는 이 같은 지주사 전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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