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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동박 3사]동남아 찍고 유럽 넘어 미국으로…해외 사업 로드맵 살펴보니[해외진출]③4각 생산체계 구축하는 SK·롯데, 미국·유럽 집중하는 솔루스

김위수 기자공개 2023-09-11 07:42:0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6:3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졌다. 북미·유럽에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배터리 소재 기업과 마찬가지로 동박 업체들 역시 꾸준히 해외진출에 대한 고민해왔다.

가장 먼저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다. 일찌감치 2017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이미 연산 4만톤(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상태다. 국내 동박 3사 중 현재 기준으로 해외 생산능력이 가장 높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비해 시점은 늦었을지라도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곳은 SK넥실리스다. 이미 국내 공장에 대한 적극적인 증설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렸고 말레이시아, 유럽 등지에 설립 중인 공장 규모도 크다. 중장기 로드맵상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생산능력을 가장 빠른 기간 안에 마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생산능력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선제적으로 북미 지역 생산거점 설립에 나섰다. 장기적으로 유럽 공장에 연산 10만톤(t)에 달하는 생산체계를 갖춰 주력 시장을 중심으로 내실있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가는 길 겹치는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차이점은 볼륨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증설 로드맵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동박 생산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SK넥실리스 역시 동박 공장을 설립 중이다. 전력비와 인건비가 우리나라의 절반 이하인 점을 고려, 각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선택이다.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눈여겨보는 곳은 국내 기업들이 이미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는 유럽이다.

양사 모두 유럽 공장 설립 계획을 구체화한 상태다. SK넥실리스는 2021년 폴란드 공장 설립 착공을 시작해 이르면 2024년경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에 생산기지를 짓겠다는 유럽진출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장 설립을 실시한다.

여기에 더해 양사는 모두 북미 지역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SK넥실리스가 도요타통상과 북미 동박 시장을 겨냥한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다. 이를 제외한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공장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드러나지 않았다.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거점을 따라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유럽·북미에 생산체계를 갖춘다는 큰 틀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규모다. SK넥실리스는 이미 우리나라 정읍 공장을 6공장까지 증설해 5만2000톤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능력을 확대한 상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익산 공장은 연산 2만톤 규모로 가동 중이다.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공장도 생산능력이 연간 5만7000톤에 달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4만톤)을 단번에 뛰어넘는다. 단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중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2만톤 추가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연산 9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유럽 공장 역시 SK넥실리스의 폴란드 공장이 연산 5만7000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스페인 공장이 연산 3만톤 규모로 지어진다.

이에 따라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생산능력 확보 중장기 목표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SK넥실리스는 2025년 연산 25만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 24만톤의 생산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SK넥실리스가 더 빠르고 많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SK넥실리스가 유독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래 사업에 대한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는 그룹의 특성이 반영된 사안으로 보인다. 계열사인 SK온만 해도 올 상반기에만 자본적지출(CAPEX)로 4조8087억원을 투입했을 정도로 과감한 투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온의 확장 기조는 SK넥실리스의 증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SK넥실리스가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로 확보한 매출은 2261억원으로 전체 매출(8101억원)의 28%에 해당했다. 앞으로 SK온의 신규 공장 가동으로 동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넥실리스 역시 빠르게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에 이어 도요타통상, 독일 바르타, 일본 인비전AESC 등과도 대규모 동박 공급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증설물량 소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 빠른 속도의 증설은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삼성SDI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삼성SDI의 증설 속도는 다른 배터리 업체에 비해 더딘 편이다. 또 롯데케미칼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했던 당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 왔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상반기 기준 8486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 23.1%, 차입금의존도 11.1%로 레버리지 지표가 낮기는 하지만 이미 예정된 투자계획을 이행하는데만 2조~3조원의 거금이 필요하다.

◇미국·유럽 '선택과 집중'하는 솔루스첨단소재

솔루스첨단소재는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에서 1만5000톤 규모의 동박(전지박)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조만간 헝가리 2공장도 완공될 예정이다. 올해 중 솔루스첨단소재의 생산능력은 3만8000톤 수준으로 확대된다.

다른 동박업체들보다 생산능력도 적고 현재로서는 생산거점도 유럽뿐으로 한정적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장점은 확실하다. 현재 유럽에는 솔루스첨단소재를 제외하고 동박 공장을 보유한 기업이 없다. SK넥실리스가 폴란드 공장 양산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유럽 동박 수요 중 많은 비중을 빨아들일 수 있다.

이같은 이점을 확보해 유럽에 공장을 보유한 다수의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입지를 다진 상태다. 솔루스첨단소재가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최종적으로 10만톤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다만 올해 중 양산이 시작되는 2공장 이후의 추가적인 증설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보다 한 발 빨리 북미 진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점에도 주목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5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에 동박 공장 착공식을 실시했다. 2025년까지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까지 2만5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향후 이 부지에 2공장을 추가 건설해 생산능력을 연 6만3000톤까지 확대한다.

업계에 다르면 북미 지역의 동박 현지 생산량은 연산 1000톤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에 비해 배터리 제조사들의 미국 공장 설립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박 시장의 성장이 예정된 지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솔루스첨단소재가 선제적으로 거점 마련에 나서는 만큼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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