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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업계, 엔데믹에 서다]씨젠, 지속성 위해 넘어야 할 산 '오너 경영'잇단 전문가 영입에도 M&A 성과 부재…"기술공유사업으로 위기 돌파"

차지현 기자공개 2023-09-18 13:00:16

[편집자주]

진단 분야는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대표 업종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면서 위상을 높였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몸집을 불렸고 현금 곳간도 넉넉히 채웠다.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다. 엔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진단업계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데믹 전환과 함께 씨젠은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2년 가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뚜렷한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다. 경쟁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몸집을 불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넥스트' 전략이 부재한 이유로 지나치게 강력한 오너십이 거론된다. 팬데믹 시기 경영에서 손을 떼는 듯했던 오너 일가가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핵심 인력이 연이어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신성장 동력 부재, 상반기 매출 전년비 70% 금감

씨젠은 엔데믹 전환 이후 매출 감소 폭이 가장 도드라진 곳이다. 코로나19 기간 유전자증폭(PCR) 기술을 앞세워 2019년 연 매출 1000억원대에서 이듬해 1조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이어 2021년 매출 1조3708억원을 올리며 국내 2위 진단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이 급감했다. 작년 매출(8536억원)은 전년보다 38%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959억원으로 71%나 쪼그라들었다. 반기 매출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줄어든 175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3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신규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한 게 원인이다. 지난 2년간 M&A 기회를 지속해서 모색해 왔다. 2021년 투자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박성우 M&A 총괄 부사장, 노정석 투자기획실장 전무 등도 영입했다. 그럼에도 M&A 성과는 없었다. 경쟁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활발한 M&A로 실적 방어에 주력한 것과 비교된다.

신성장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팬데믹 시기 단행한 대규모 투자가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코로나19 시약과 장비를 팔아 벌어들인 돈을 생산능력 확장과 인력 확충에 쏟았다. 2019년 말 기준 21만6000키트 수준이었던 월간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기준 3240만키트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부터 인력 감축에 나선 분위기지만, 직원 수도 2019년 314명에서 지난해 말 1016명까지 늘렸다.

◇엔데믹에 오너경영 체제로 회귀, 핵심 인력 이탈↑

씨젠은 왜 M&A에 실패했을까. 지나치게 강력한 오너십으로 인해 이사회 중심 경영이 뿌리내리지 못한 점이 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팬데믹을 계기로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듯했던 씨젠이 엔데믹 이후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투자 의사결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천종윤 대표는 2000년 창업 이래 최대주주이자 최고 경영자 자리를 지켜왔다. 이사회 의장도 맡으며 직접 경영 전반도 이끌었다. 강력한 지배력은 기업이 안정궤도에 오를 만큼 성장할 때까진 큰 힘을 발휘했다. 천 대표의 뚝심 덕분에 이어진 적자에도 20여년간 분자진단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주 만에 진단 시약을 개발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잡을 수 있던 기반이 됐다.

다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씨젠 역시 불어난 외형에 맞춰 이사회 선진화 작업에 나서는 듯했다. 2020년 3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정용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게 대표적이다. 줄곧 오너일가로 채웠던 이사회에 전문경영인을 들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결정이었다. 또 천 대표 남동생 천종기 씨젠의료재단 이사장과 사촌 최진수 경영부문 총괄 사장이 각각 2020년과 2021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부터 이런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최 사장을 다시 경영부문 총괄 사장 자리에 앉혔고 올 3월엔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무는 이사회 명단에서 빠졌다. 이로써 사내이사 3인이 모두 혈족으로 엮인 오너 중심 의사결정 체제가 만들어졌다. 실적이 가파르게 악화하면서 빠른 의사결정 등을 위해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건 오너 경영 체제 전환과 함께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M&A를 위해 영입한 박 부사장, 노 전무 모두 퇴임했고 연구개발(R&D) 부문을 담당했던 민경오 사장, 이민철 사장, 이호 사장 등 사장급 임원이 연이어 사임했다. 이를 두고 경영진 재편 등 과도기를 겪으면서 M&A 등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씨젠 측은 포스트 코로나 전략 방향성이 바뀌면서 인력 구성에 변화가 생긴 것이란 입장이다. 현재 씨젠은 기술공유사업을 통해 글로벌 입지를 넓히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씨젠의 PCR 노하우를 세계 각국 진단 업체에 무료로 제공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의 판권은 씨젠이 갖는다. 오는 2028년까지 100개 업체와 협력하겠다는 포부다.

당분간은 새로운 영역 확장을 위한 조 단위 M&A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공유사업을 진행하는 데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제반 사업과 관련한 추가 M&A 가능성은 남아 있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PCR 개념이 많이 알려진 만큼, 기술공유사업을 통해 PCR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새 전략엔 대규모 M&A 없이도 PCR 대중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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