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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선 삼성 리더]'1인4역' 한종희 부회장, 후계구도가 안 보인다?흔들리는 가전·TV 전략, 안갯속 인재 경영 계획

김혜란 기자공개 2023-09-22 1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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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1위 삼성은 거버넌스나 사업 측면에서 다른 대기업보다 의사결정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삼성이라는 거함을 움직이는 리더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대물림 경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이재용 회장은 앞으로 이행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각 사업 부문 전문경영인들은 차세대 생존 전략을 제시해야 할 때다. 이 회장을 필두로 삼성의 주요 경영진의 과제를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임무가 많은 전문경영인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일 듯하다. DX(Device eXperience) 부문 경영전반 총괄인 한 부회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 대외 업무를 맡으면서 2개 사업부문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2021년 말 정기인사에서 모바일(IM)과 가전(CE)을 세트(완성품) 부문으로 합치고 한 부회장이 수장을 맡기로 하면서다. 그만큼 삼성전자 내에서 한 부회장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역할이 쏠리다 보면 각 사업부를 세세하게 챙기기 힘들 수 있다.

◇안 보이는 한종희, 흔들리는 세트 전략

한 부회장은 이사회 사내이사로서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 책임권자이기도 하면서 사업적 결정 외에도 삼성전자를 대표해 각종 대외 활동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관련해서도 SK그룹은 총수가 직접 나서는 반면,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대신 한 부회장이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 부회장은 스웨덴과 스페인, 오스트리아, 베트남, 독일 등 정치권 관계자를 만나 지지를 요청했다.

사실 한 부회장의 공식 직함은 DX 부문 경영전반 총괄이다. DX는 TV와 모니터, 세탁기, 에어컨, 컴퓨터 등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을 아우른다. 원래는 CE와 IM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나 2021년 12월 조직개편으로 기존 CE와 IM을 DX 부문으로 통합하고 무선사업부를 MX사업부로 변경했는데, 한 부회장이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영상디스플레이(TV) 사업부장을 겸직하게 됐다. 1년여 뒤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까지 갑자기 사의하자 한 부회장이 생활가전사전사업부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DX 전반을 총괄하면서 가전과 TV 사업의 세세한 부분까지 진두지휘하는 막중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가전과 TV사업 모두 각각의 전략이 필요하단 점이다. 우선 TV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OLED TV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시절 "OLED TV는 영원히 안 한다"고 공언하면서 준비가 늦어졌다. 하지만 TV시장은 결국 OLED로 넘어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형님'의 TV전략에 보폭을 맞추지 못했고 결국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구입해 뒤늦게 OLED T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자존심 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현재 OLED TV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는 LG전자다.

가전사업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전사업 자체가 성장성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많다. 성장한계를 돌파할 전략을 짜고 미래비전을 제시할 리더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지난 1일부터 5일간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23'에도 한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대표해 참석했다. 하지만 영업활동에만 전념한다는 명분으로 언론브리핑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LG전자의 경우 류재철 H&A사업본부장(사장)이 직접 참석해 "가전 사업의 중심이 더 이상 디바이스(제품)가 아닌 솔루션과 서비스로 이동한다"며 사업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부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같이 세세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23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 대표 사라 바르네케(Sara Warneke)(왼쪽에서 세번째), 카이 베그너(Kai Wegner) 베를린 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최지성-윤부근-김현석-한종희-'?', 후계자는 안 키운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포스트 한종희'가 안 보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내에서 'TV통'으로 통한다. 그는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으로 입사해 2017년 김현석 전 CE부문 사장의 후임으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 2021년 부회장에 이어 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전자에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출신은 대체로 승승장구했다. 최지성 전 부회장과 윤부근 부회장, 김현석 전 사장 모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출신이다. 최 전 부회장은 2001년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거쳐 DMC(완제품) 부문장,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까지 올랐다. 윤 전 부회장도 2008~2010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았다가 CE 담당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통을 이어받은 건 김현석 전 사장이었다. 그다음이 한 부회장이다.

하지만 한 부회장 이후로는 그 명맥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사장 있을 때만 해도 한 부회장이 후임이 될 거라는 게 확실히 보였지만 지금은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도 한 부회장이 경임하고 있을뿐더러 심지어 생활가전사업부장마저 한 부회장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정기 인사는 오는 12월 예정돼 있다. DX 인사권은 대표이사인 한 부회장이 갖고 있다. 적절하게 인사권을 행사해 후계자를 양성하고 인재 경영을 어떻게 펼치느냐를 보고도 한 부회장의 리더십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08년 이후 DX 부문 주요 경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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