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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애그테크 기업의 '고질병'

김진현 기자공개 2023-09-20 10:42:40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그테크 기업의 고질병이 있다면 농가의 사정을 모른다는 겁니다."

얼마 전 모 애그테크 스타트업 대표와 식사 자리에서 나온 자조 섞인 말이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며 승승장구하던 한 스마트팜 애그테크 기업이 휘청이는 모습으로 인해 '애그테크 불신'이 커지고 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합한 말이다. 한마디로 농사를 짓기 쉽게 도와주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애그테크 기업이 농업보다는 기술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그테크 기업들의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농촌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점을 취약점으로 꼽았다. 농촌의 사정을 알지 못하니 좋은 기술을 지닌 아이템을 만들어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내부의 진단이다.

로봇 기술이 있는 스타트업을 예로 들었다. 농가에서 농민들을 따라다니며 과일, 야채 등을 담아 운반을 도와주는 로봇을 만들 때 대부분 기술 기업이 단순히 센서를 이용해 농민들을 따라다니도록 설계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딸기 농장을 예로 들면 농민들은 계속해서 앞뒤로 반복 움직임을 가져가며 과일을 딴다. 알이 굵은 것부터 채집한 뒤 점차 열매가 작은 것을 채집해 상품이 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농민들이 뒤로 움직일 때 로봇이 걸리적거리게 되는 데 누가 그 로봇을 쓰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농민들은 보수적이며 고집스럽다. 문학 속에 그려지는 일반적인 이미지도 대개 그렇다. 평균 연령이 높은 산업군이기 때문에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농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농촌의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농민들은 자신보다 농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기술,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애그테크 기업 창업가 대부분이 농촌 경험이 없다는 점. 농촌 경험을 귀동냥으로 듣고 아는채 한다는 점. 많은 기술이 고령층의 농민들에게 친화적이지 않고 복잡하다는 점. 애그테크 기술 이용료가 높게 책정된다는 점. 최근 모험자본 시장이 애그테크 기업을 주목하지 않는 이유다.

애그테크 고질병에 대한 처방전은 실질적으로 농민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많은 기술 기업이 농업을 혁신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미 농업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기술이 도입돼 고도화된 산업이다.

단숨에 혁신을 만들겠다는 환상 대신, 합리적인 가격과 이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구축, 농민을 도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게 애그테크 기업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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