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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근무평가제도' 내규 개정 추진 연 2회 근평, 개인에 공개…’이의신청 늘고, 공정성 시비’ 부작용 우려

고설봉 기자공개 2023-09-27 08:26:3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6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인사제도 개혁 실험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MZ세대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연 2회 진행하는 근무성적평정(근평)을 개인에 공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새로운 근평제도 시행을 위해 관련 내규 등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평 후 곧바로 개인에 점수를 공개함에 따라 이의신청이 늘고 공정성 시비가 많아지면서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원장 취임 뒤 조직 혁신 수단으로 인사가 너무 남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직원 근무성적평정(근평) 을 일부 수정한다. 기존 평가 방식은 그대로 유지한채 공개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제도를 손본다.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 근평을 매긴 뒤 즉시 해당 직원에 공개하기로 했다.

공개 후 각 직원의 이의신청 등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각 직원이 근평에 이의신청할 경우 관련 절차를 거쳐 부서장이 수용할 경우 근평이 바뀔수도 있다. 근평을 받은 직원과 부서장 등 면담을 통해 평가 기준과 방식 등에 대해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금감원은 제도 정착과 부서장 및 부서원들간 원활한 제도 활용을 위해 올해는 시범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오는 하반기 근평 후 한번만 평가를 공개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은 내년 상반기부터로 잠정 합의했다.

금감원은 현재 근평을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 진행한다. 그러나 근평을 바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최근 3년간 근평을 합산해 평균을 산출한 뒤 일부 공개하는 식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행 제도에선 각 부서장이 부서원(직원)에 대해 근평을 몇점 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금감원은 통상 2~3년 단위로 직원들을 순환 인사한다. 이에 따라 3년치 근평이 합산돼 공개되면 전 부서와 현재 부서에서 각각 몇점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근평을 받아도 이의신청 등을 사실상 할수 없다. 구조적으로 현 부서장과 전부서장이 각각 몇점을 줬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근평 자체를 놓고 공정성 시비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다.

이번 근평제도 개선은 MZ세대 직원들의 요구를 이 원장이 수용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근평 공개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금감원 노동조합이 나서 꾸준히 이 문제를 공론화 했다.

특히 이 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인사제도 개선과 맞물려 올해 근평 공개는 급물살을 탔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금감원 인사제도 개선을 주도했다.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은 예측가능한 인사제도 정착을 위해 공채 기수 중심의 서열 문화를 근간으로한 인사제도 운영을 천명했다.

실제 2022년 6월 취임한 이 원장은 그해 8월 수신인사를 통해 공채 기수를 전면에 내세워 조직을 혁신했다. 국장 및 팀장급 승진인사를 통해 공채 1~3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권역 출신 위주로 주요 보직자가 선임되던 관례를 깨고 공채 기수를 요직에 발탁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이후 2022년 말 정기인사에서 또 한번 개혁을 추진했다. 기존 권역 출신의 1967~1969년생까지 대폭의 물갈이를 실시했다. 빈 자리엔 1970년대 초반의 금감원 공채들을 기용했다. 현재 금감원 국장들의 경우 공채 1~3개 출신들이 많다.

또 이 원장은 대대적이 인사와 맞물려 조직 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 연동제 승진 인사제도도 발표했다. 능력이 있고 역량이 충분하다면 빠르게 승진시킬 수 있다는 인사원칙을 내세웠다.


이번 제도 개선을 두고 금감원 내부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던 근평을 공개하면서 인사제도가 한층 더 투명해 질것이란 긍정적인 여론이 있다. 특히 MZ세대 등 젊은 직원들 위주로 이번 근평 공개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도 개선 이후 이의신청과 공정성 시비 등이 더 많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에 걸쳐 근평을 매기고 이를 공개하는 만큼 부서장과 부서원간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일률적으로 근평을 매길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평소 근무 태도 및 성과 등을 측정하는 기준과 방식을 두고 부서장과 부서원간 이견이 클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금감원 직원은 “성과평가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센티브 등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최근 기업들의 트렌드”라며 “금감원도 성과 연동제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참급 한 직원은 “금감원 업무 특성상 수치로 명확하게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근평을 공개하면 상호간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생기고 이는 조직 내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금감원 근평은 일종의 쿼터가 존재한다. S와 A, B 등으로 근평이 매겨지는데 부서원이 4명이라면 S 1명, A 1명, B 2 명 등 정해진 대로 근평을 줄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상대평가를 통해 B를 받는 직원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금감원 업무 특성상 뚜렷한 성과를 수치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 각 국에 따라 업무 강도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각 국별로도 주무부서와 그외 부서 등이 존재한다. 국 내에서도 일이 몰리는 자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자리가 있다. 이에 따라 부서장이 각 직원에 대해 근평을 매기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또 다른 금감원 직원은 “근평 공개만 할 것이 아니라 평가 방식 등을 더 명확하게 정의하고 평가 요소도 세분화해야 한다”며 “명확하게 기준을 설정해 근평을 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직원들의 요구에 부응한 보여주기식의 평가제도 개선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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