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톺아보기]'승계 발판' 한화에너지, 약점은 현금흐름⑦연간 캐시 창출력 1000억 늘었지만…지분매입, 설비투자 부담 지속
고진영 기자공개 2023-10-17 07:39:50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15: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상 한화그룹에서 가장 주목되는 계열사로 한화에너지가 꼽힌다. 김동관 부회장 등 오너 3세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일뿐더러 지주사격인 한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을 통해 삼형제에게 현금을 밀어넣는 역할도 한다. 승계 수단이자 자금줄인 회사다.◇한화에너지 몸집 불리기는 '필연'
3세 지배력 확대의 움직임도 한화에너지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2007년 부친 김승연 회장에게 한화 지분 일부를 물려받은 뒤론 지분율(보통주 기준) 4.44%에 변동이 없었다. 다만 2019년부터 한화에너지의 전신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주식을 간헐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2021년 초까지 지분율을 5.19%로 늘렸다.
같은해 8월에는 에이치솔루션을 100% 자회사 한화에너지가 역합병했다. 지분관계가 '삼형제→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에서 '삼형제→한화에너지'로 단순해진 셈이다. 합병으로 한화 주식을 그대로 받은 한화에너지는 지분율을 9.7%로 확대, 김승연 회장을 잇는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형제가 한화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모친 고(故) 서영민씨가 별세하면서 올해 2월 김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무 등 삼형제는 한화 보통주 106만1676주를 나란히 35만3892주(0.47%)씩 물려받았다. 이 상속으로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4.91%,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전무의 지분율은 각각 2.14%로 증가했다.
추후 승계를 위해 한화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한화에너지의 활용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를,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전무가 각각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을 통해 한화 지분율을 높이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삼형제가 사재를 들이지 않고도 한화 지분을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합병없이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율을 계속 높이는 방식으로 김 부회장 등이 지배력을 확보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한화에너지가 비상장사인 만큼 합병비율 산정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쪽이든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현금흐름이 풍부할수록 삼형제에게 유리해진다.
실제로 한화에너지는 2015년 한화임팩트 지분을 확보하고 최근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자회사들을 참여시키는 등 꾸준히 덩치를 불리고 있다. 한화에너지 인수에 참여한 한화에너지코퍼레이션(700억원)과 한화컨버전스(300억원)는 한화에너지가 지분 100%를 가졌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의 경우 한화임팩트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한화임팩트글로벌의 100% 자회사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가 지분 52.07%를 쥐고 있으며 2021년부터 한화에너지 연결대상에 편입됐다. 연결기준으로 한화오션에 총 5000억원을 투입한 셈이다.
한화에너지는 2021년 7월 말 5207억원을 들여 한화임팩트 지분 12.55%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면서 종속기업에 포함시켰다. 연결 편입에 따라 한화토탈에너지스로부터의 매입거래가 크게 늘었으며 이후 에너지 가격까지 인상된 덕분에 현금창출력이 상당폭 개선됐다. 2022년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2383억원으로 전년(1040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많아졌고, 올해는 상반기 말 EBITDA만 2844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의 딜레마, 계속되는 투자부담
다만 잉여현금(FCF)은 2016년 이후 쭉 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플러스 전환하긴 했으나 올 상반기 기준으론 다시 마이너스를 보였다. 한화임팩트와 한화 지분 매입이 있었을 뿐 아니라 해외 태양광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초기 자본출자 및 설비투자 등 자금소요가 계속된 탓이다. 외형성장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딜레마다.
올해 2월엔 연결 자회사 한화임팩트가 HSD엔진 주식 33%를 2269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앞으로 통영LNG발전소 출자, 여수발전소 연료 LNG 전환 등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투자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태양광사업의 실적변동성이 높다는 부분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은 토지와 인허가권을 얻어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운영단계에서 수익을 수취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한화에너지의 태양광발전 투자는 운영수익이 없는 개발, 건설단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8년부터 프로젝트 매각을 추진해 매출로 인식해왔으며 2021년 프랑스 토탈(TOTAL)과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7개 프로젝트(1.5GW)를 팔았다. 작년 매각이 부진했다가 올해 스페인에서 204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매각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안정성을 담보하긴 어렵다.
재무적인 측면에서 배당도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합병 전 에이치솔루션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990억원을 배당했다. 또 에이치솔루션이 역합병된 2021년에는 한화에너지가 삼형제에게 501억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이후 지금까지 배당이 없었으나 지배구조상 대규모 배당은 늘 상존하는 리스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토스 IPO]외국계 로펌 물색…ADR 상장 유력
- 'ROE·ROA 1위' 키움증권, 3개 분기 연속 2000억대 순익
- 상장요건 유예 만료 앞둔 메드팩토, '4종물질' 활용법 주목
- [IB 풍향계]KB증권, 잇따른 코스닥 기업 유증 딜 '쏠쏠하네'
- [IB 풍향계]한국증권, 주관 1위 눈앞…더본코리아 IPO로 '막판 스퍼트'
- [IB 풍향계]'어수선한' 한양증권, 핵심 IB 이탈은 '아직'
- [IB 풍향계]파두·이노그리드에 주춤한 NH·한국...삼성, 최대 '수혜자'
- NH투자증권, 다시 살아난 PF 효과…짭짤한 IB 실적
- [Market Watch]'속도전 vs 관망' 갈림길 선 코스피 IPO 대기주자들
- [DB금투 밸류업 점검]기업가치 상승 '키포인트' IB가 쥐고 있다
고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Financial Index/GS그룹]'빚 줄이기' 매진… 3년간 순상환액 3조 육박
- [Financial Index/GS그룹]여윳돈 '빠듯'…8개사 잉여현금흐름 74% 축소
- [Financial Index/GS그룹]영업현금 1조 줄었다…6개 계열사 나란히 축소
- [Financial Index/GS그룹]'외형 주춤' GS그룹, 운전자본부담도 급감
- 추락하는 인텔의 딜레마
- [Financial Index/GS그룹]보유현금 2조 급감…원인은 GS건설
- [2024 이사회 평가]'오락가락 운임'에도 배당 굳건한 HMM
- [2024 이사회 평가]HMM, 개선정책 '개선 필요'...이사회 평가시스템 전무
- [2024 이사회 평가]주인없는 HMM…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재'
- [2024 이사회 평가]'유명무실'한 HMM 재경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