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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DMO 전략 분석]'조용한 강자' SK팜테코, 확장 본능 삼바와 다른 길합성 CDMO 분야서 글로벌 톱 3, 기술력 핵심인 CGT로 영역 확대

차지현 기자공개 2023-11-09 10:24:08

[편집자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글로벌 제약사(빅파마)가 먼저 찾는 리더였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지 10여년, 바이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었다. 자연스레 삼성을 잇는 국내 후발주자들이 대거 생겨났다. 전통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텍, 대기업 등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든다. 더벨이 기업별 전략 및 차별점을 짚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팜테코는 CDMO 업계에서 조용한 강자로 통한다. 합성의약품 원료 생산 측면에선 이미 글로벌 톱티어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과 해외 전진 기지를 지속해서 확보해 온 결과다.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기반을 다진 이후 모달리티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다음 도약을 준비 중이다. 눈길을 끄는 건 여느 CDMO 기업처럼 생산능력(캐파) 확장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점이다. '쩐의 전쟁'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연구개발(R&D) 투자에 승부수를 걸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택한 게 세포·유전자치료제(CGT)다. CGT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전 공정을 한 곳에서 제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 5년 내 CGT 분야에서만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M&A로 美 기지 확보, 빅파마 12곳 잡았다

SK팜테코는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작년 매출은 9070억원으로 2017년 1100억원보다 9배 가까이 증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합성의약품 원료 생산으로 벌어들인 금액이다. 해당 분야에서 전 세계 상위 글로벌 제약사(빅파마) 20곳 중 12곳을 고객사로 뒀다. 고객사는 미국 65%, 유럽 30%로 글로벌 기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만난 김연태 SK 바이오투자센터 센터장은 "CDMO 순위를 따지는 요소는 매출, 캐파, 기술 등에 따라 다양할 수 있는데 신약을 개발하는 빅파마가 찾는 기업이 어디냐로 따지면 합성의약품 원료 분야에서 SK팜테코는 글로벌 톱 3위 안에 든다"고 했다.

SK가 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하면서다. 후발주자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끌어올릴 수 있던 건 활발한 M&A를 펼친 덕분이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제품 한두개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리는 신약개발 기업 입장에서 트랙레코드가 적은 한국 기업에 CDMO를 맡길 유인은 크지 않다. 그룹은 CDMO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글로벌 수준에 맞는 역량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우리는 국내 CDMO 업체와 어프로치(접근법)가 달랐다. 처음부터 목적을 합성의약품 원료 CDMO 플레이어로서 글로벌 역량을 갖추는 데 초점을 뒀다. 해외 CDMO 대상 크로스보더 딜을 연이어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고 했다.


2017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을 인수했고 이듬해 미국 앰팩(AMPAC)을 인수했다. 이후 2019년 SK바이오텍, 앰팩, SK바이오텍 아일랜드를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만들면서 지주회사인 SK팜테코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SK가 보유한 인수 후 통합(PMI) 역량도 빛을 발했다. 피인수기업에 한국 파견 인력을 최소화하고 현지 베테랑 전문가로 SK팜테코 경영진을 구성하는 철저한 현지화 방식을 택했다. 그는 "비교적 PMI를 잘할 수 있던 추가적인 노하우로 언어 장벽이 없다는 점, 생명 연장이라는 지향점이 같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파 싸움 안 한다, 신규 사업서 항체 뺀 이유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기초 체력을 쌓은 이후 모달리티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신규 모달리티 후보군으로 CGT, 항체-약물 접합체(ADC), 올리고뉴클레오티드(올리고)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했지만 항체치료제는 제외했다. 항체치료제를 중심으로 '캐파가 곧 매출'이라는 공식 아래 생산 설비 확장에 열을 올리는 주요 CDMO 기업과 반대되는 행보다.

항체치료제 CDMO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덴 캐파 싸움으론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미 대규모 CDMO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인도와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캐파를 늘리는 상황에서 현재의 자금력으로 이들을 이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김 센터장은 "항체치료제 쪽에선 벌써 3~4년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베링거인겔하임, 론자 등이 캐파의 8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데 여기에 후발주자로 들어가 조 단위 캐파 경쟁을 벌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그는 "중국이나 인도 기업은 만들 수 있는 초기 개발 단계 물질명을 최대한 많이 내세우면서 성장 중인데 이런 방식은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도 했다.

대신 기술력에 승부수를 걸었다. 같은 캐파 내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센터장은 "CGT, ADC, 올리고 등은 볼륨 게임으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닌 기술이 핵심인 분야"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전술을 펼치되 필요에 따라 캐파를 늘려가는 전략을 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의 메인으로 낙점한 CGT의 경우 대형 설비보다 다각화한 지역에서 중소규모 설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CGT는 의약품 종류와 전달체에 따라 생산설비가 상이하다. 세포치료제는 환자별 맞춤 치료제고 유전자치료제는 단회 투약으로 5~10년 이상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다.

포트폴리오 확대 과정에서도 M&A를 통한 성장 전략은 이어진다. CGT CDMO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CBM과 프랑스 이포스케시를 인수해 미국과 유럽에 거점을 마련했다. 이포스케시는 인수 이후 상업 생산용 2공장 건설에 착수, 지난 6월 완공했다. 최근 추가 지분 확보로 최대주주로 올라선 CBM 역시 단일 CGT 생산시설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부지를 건설 중이다.


◇성장세 자신, CGT로만 연 매출 1조 목표

SK팜테코는 현재 전체 매출 가운데 10%가량을 차지하는 CGT 매출을 5년 내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CGT 분야에서만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작년 목표도 유지했다.

이를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를 내세운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CGT의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공정 개발·생산·분석, 테스팅 등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제공한다.

생산 효율성과 수율을 높이기 위한 자체 플랫폼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이런 플랫폼은 고객사의 신약 개발 과정(프로세스)을 줄이고 임상 개발 접근성을 높인다. 임상 단계에서 SK팜테코의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향후 허가를 받은 뒤 상업화에 나설 때도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높아 록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한 만큼 R&D 투자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김 센터장은 "치료제 기전이 점점 더 복잠해짐에 따라 분석도 어려워지고 규제당국도 품목허가를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분석에 대한 역량을 얼마나 내재화하느냐가 CMO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CDMO 기업 중엔 테스팅으로만 3000억원 넘게 버는 곳도 있다"며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많이 고용하는 등 R&D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합성의약품 원료를 CDMO하고 있는 고객사가 CGT 분야의 잠재 고객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고객사로 있는 빅마파 12곳 중 상당수가 후기 또는 상업화 단계 CGT를 개발 중"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당사의 CGT 역량을 알리고 합성의약품에서 CGT로도 계약을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

다만 CGT는 차세대 치료제로 성장성이 기대되지만,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분야다. 출시 의약품 수가 적어 시장 규모도 크지 않은 데다 치료제 개발에 있어 넘어야 할 관문도 많다. 무엇보다 CGT 분야도 기존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영역이다. 글로벌 CDMO 기업인 카탈란트, 써모피셔 싸이언티픽, 론자, 후지필름 등이 일찍이 진출해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팜테코는 CDMO 공정 중 앞단 영역인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CDO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CGT는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제조 공정도 표준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수율이나 수주 등에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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