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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 손실 난 우리은행, 증권사 없는 트레이딩 '시험대' 1000억 규모 ELS 평가손실…비이자수익 확대 추진에 과도한 실적 부담 원인

최필우 기자공개 2023-11-09 07:39:13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ELS(주가연계증권) 평가손실을 낸 배경에 과도한 실적 부담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력인 기업금융 부문에서 업계 경쟁이 심해지자 자금시장 부문에서 운용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를 했다는 것이다. 자금시장 부문은 기업금융, 개인금융, 투자금융 부문과 더불어 우리은행의 4대 영업부문 중 하나다.

이번 대규모 손실 사태로 우리은행 자금시장 부문은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그룹사 중 증권사가 없어 파생 거래 역량을 제고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레이딩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인수 후 연계를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은행 내부적으로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메랑 된 수익원 다변화 노력

우리은행의 1000억원 규모 헤지 운용 손실은 자금시장 부문에서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주요 영업부문을 △개인금융 △기업금융 △투자금융 △자금시장 부문으로 나누고 있다. 자금시장 부분은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투자 업무를 한다.

우리은행 파생 운용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 ELS가 첫 선을 보일 때 비이자수익 확대를 노린 은행은 발행과 자체 헤지 운용 기능을 세팅했다. 이후 증권사에만 ELS 발행이 허용됐으나 은행 헤지 운용 조직은 명맥을 이어갔다.

몇몇 대형 증권사와 비교하면 은행의 ELS 헤지 운용 규모는 크지 않다. 증권사 중 트레이딩을 주요 사업부문으로 두고 있는 대형사는 직접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매매하는 자체 헤지 방식을 사용한다. 은행은 증권사와 장외파생거래를 맺고 기초자산 가격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는 백투백헤지 비중이 큰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1000억원 규모 헤지 운용 손실은 이례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은행은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과 비교해 헤지 운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은 작기 때문에 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기 마련이다.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ELS 헤지 운용을 하는 은행 중에서도 자체 헤지 비중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수익 확대를 위한 공격적 운용이 손실을 초래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자금시장 부문의 운용 수익 확대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영업 부문을 보면 주력은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이다. 올 상반기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부문 순이익은 각각 8835억원, 5588억원이다. 이자 수익만 추구할 순 없기 때문에 투자금융과 자금시장 부문이 비이자수익을 늘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만 놓고 보면 수익원 다변화 노력은 부메랑이 됐다. 자금시장 부문은 올 상반기 583억원 규모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익 규모가 가장 큰 기업금융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금시장 부문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이 일제히 법인 영업을 강화하면서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명가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이자 수익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비이자수익을 담당하는 자금시장 부문이 분전할 필요가 있었다.


◇증권사 없이 은행 홀로 고군분투

우리은행이 파생 거래 수익에 욕심을 낸 데는 그룹에 증권사가 없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에서는 증권 계열사가 ELS 헤지 운용의 주축이다. 트레이딩 조직도 은행·증권 매트릭스 조직으로 구축하고 증권 측 인물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게 보편적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우리은행에서 홀로 책임져야 한다.

은행 만으로는 파생 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수가 늘고 변동성 확대 빈도도 잦아지면서 파생 거래 기법도 이에 발맞춰 고도화되는 추세다. 증권사는 선진화된 파생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액연봉자를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은행은 트레이딩 전문가를 키워내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다.

우리은행이 ELS 헤지 운용을 이어가려면 그룹 차원의 증권업 리빌딩이 전제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를 인수하고 트레이딩 룸을 구축하기 전까진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 자체 헤지는 증권사 중에서도 오랜 업력을 가진 소수의 대형사 만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라며 "은행은 ELS 헤지 운용으로 비이자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지만 얻을 수 있는 효용에 비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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