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김범수의 준법과신뢰위원회, 열흘 만에 출격 준비 '끝'조직 설립부터 위원 선임까지 '속전속결', 유례없이 강력한 카카오 내 '사법기구'
이지혜 기자공개 2023-11-16 10:05:12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강력하게 힘을 실은 독립기구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핵심 인사 선임을 끝냈다. 김 창업자가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지 약 보름 만이다. 김 창업자가 최대주주로서 직접 실력을 발휘하면서 일사천리로 제반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위원회는 카카오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계열사의 준법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 준법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내부 조사, 조사 실시, 사업 중단 요구권까지 발휘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카카오가 스스로 만든 카카오만의 사법기구인 셈이다.
이에 따라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까지 법조계 관련 인사가 다수 포진됐다. 위원장은 김소영 전 대법관이 맡았고 안수현 교수, 이영주 이사장 등이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내위원으로는 김정호 총괄이 선임됐다. 김 총괄은 벤처 1세대의 주역으로 김 창업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카카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CA협의체에 합류한 인물이다.
◇법조계 인사 다수 포진, 금융당국과 소통 가교 될까
15일 카카오에 따르면 위원회의 핵심 인사를 끝냈다. 이달 3일 김소영 전 대법관을 초대 위원장에 중용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총 6명의 1기 위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 소장과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 이지운 서울신문 전략기획실장이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사내위원으로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대표가 선임됐는데 위원회와 카카오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신뢰도 제고를 위해 법률, 시민사회, 학계, 언론, 산업, 인권, 경영 등 각 영역을 대표할 수 있는 전문가로 위원을 선정했다”며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카카오와 직접적 관련이 없으면서도 벤처와 IT업계 전반에 관심을 둔 인사를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수현 교수와 이영주 이사장에 이목이 쏠린다. 안수현 교수는 한국은행법학회장과 한국경제법학회장으로 활동한 인물로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각종 자문위원화 심의위원을 역임했다.
이영주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법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춘천지방검찰청 검사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역임해 ‘여성 2호 검사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22기로 19기인 김소영 위원장보다 후배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나 윤석열 대통령보다 사법연수원 선배다.
다시 말해 이영주 이사장이 김소영 위원장, 안수현 교수 등과 함께 카카오를 정조준하고 있는 금감원과 검찰 등 금융당국, 법조계 등과 카카오 사이에서 소통의 가교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사법리스크가 카카오의 역점사업인 카카오뱅크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밖에 김용진 소장은 산업계, 유병준 교수는 학계, 이지운 실장은 언론계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1기 위원으로 선임됐다.
사내위원에 오른 김정호 총괄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정호 총괄은 네이버의 공동 창업자로 김 창업자와 함께 삼성SDS에서 직장생활을 한 선배다. 김 창업자가 한게임을 창업했을 때 투자유치를 도왔으며 과거 NHN한게임 대표를 지내고 2012년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 설립해 운영, 지난해부터는 김 창업자의 개인 사회공헌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의 이사장도 맡았다.
그런 그가 카카오 경영의 최선선에 등장한 건 올 9월 카카오그룹의 콘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가 4인 총괄체제로 바뀌면서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김정호 총괄이 카카오의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당시 카카오는 김 총괄을 비롯해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를 CA협의체의 총괄로 선임했다.
◇카카오가 만든 ‘카카오 내 사법기구’, 김범수가 힘 실었다
위원회는 카카오에서 전례없이 강력한 권한을 지닌다. CA협의체가 과거 콘트롤타워로서 그룹 계열사의 사업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기구로서 현 경영진과 사업을 감시, 감독,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 마디로 카카오가 자발적으로 만든 카카오의 자체적 경찰이자 사법기구인 셈이다.
카카오는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조직으로 관계사의 준법감시, 내부통제를 일신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라며 “실효적이고 직접적 제재권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관계사의 준법의무 위반 행위를 적발하면 △내부조사 요구권 △직접 조사 실시권 △핵심 의사결정 조직에 대한 긴급 중단 요구권 등을 발휘할 수 있다.
김 창업자가 힘을 실은 덕분으로 분석된다. 김 창업자는 올 상반기 말 카카오 지분을 13.29% 보유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그는 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던 3일 “나부터 준법과 신뢰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호령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그룹 계열사 전체가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위원회는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한다. 이후 각 계열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위원회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또 위원회의 정책의지를 집행할 수 있는 실무기구로 사무국을 설립하고 각 계열사의 법무, 준법, 감사 조직과 소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원회의 활동은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다. 별도 웹사이트를 열어 활동내역을 지속적으로 알리며 실체적 진실에 기초해 투명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가장 먼저 규제기관과 언론에서 제기되는 여러 혐의를 면밀히 검토하고 재발방지 대책, 피해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리스크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위원회가 가장 먼저 처리할 업무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 조종 혐의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 문제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을 일군 대표적 IT기업인 카카오가 지금 여러 의혹으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한 만큼 책임있는 기업으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숫자로 드러나는 경영지표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윤리경영의 성과가 카카오 공동체의 경영 기본 원칙으로 작동할 수 있게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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