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관치 시대]지역 안분에 대한 아쉬움…'PK' 출신 CEO 부재⑧정치권에선 호남 중심 금융지주 CEO에 불만…지배구조 개선 요구 강도 높아진 원인
고설봉 기자공개 2023-11-28 07:43:24
[편집자주]
금융산업을 둘러싼 정치 권력의 압박이 강해졌다.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를 하거나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금융 요구 등 비판의 형태를 띈 메시지를 통해 금융사를 압박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직접 관치를 할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계속하는 이른바 신관치가 진행되고 있다. 관치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시장 질서를 흐트려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벨은 신관치라 부를 수 있는 현재 금융 환경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금융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산업에 대한 신관치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은행들을 강력히 비난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정치적 수사 속에 숨은 은행에 대한 정권 차원의 기대와 요구가 복합적으로 응축돼 최근 신관치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다.이 가운데 신관치에 불을 붙인 기폭제는 ‘인사’라는 분석도 있다. 신관치의 태동을 거슬러 올라가면 금융지주 회장(CEO)들의 연임 이슈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을 통해 시장에 전달된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CEO 연임 과정에 대한 비판이다.
그중 정치권에선 PK 및 TK 이른바 영남 지역 출신 인사들이 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없다는 점을 지목한다. 한때 정부가 낙하산 인사들을 금융지주 CEO로 보낼 때엔 정권에 따라 지역 안분이 이뤄졌다. 신관치 시대엔 직접적인 낙하사 인사를 하지 않지만 적당한 수준의 지역 안분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속내다. 결과론적이지만 호남지역에 편중된 CEO 구도가 은행권에 대한 비판을 증폭시킨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거듭된 지배구조 개선 요구…결과는 호남권 일색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CEO)이 21일 취임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부터 이어진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모두 교체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잇따라 임기 만료를 맞은 금융지주 회장들은 전원 자리를 바꿨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CEO들의 지역 구도를 살펴보면 한때 금융권을 호령했던 ‘PK(부산·울산·경남)’ 출신 인사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번 정권의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 출신 인사들도 자취를 감췄다.

주요 금융지주사 CEO는 모두 호남 출신이다. 양종희 회장은 전북 전주 출신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전북 임실이 고향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전남 보성 출신이다. 세 명의 금융지주 회장 모두 호남권 출신으로 구성됐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충남 부여가 고향이다. 그는 충남 논산 강경상고를 졸업했다. 강경상고는 충남과 전북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지역적으로 충남에 속하지만 지역색으로 보면 범호남권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 5대금융을 들여다 보면 비로소 PK출신이 나온다. 이석준 NH금융지주 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NH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로 그동안 관치의 영향력이 짙었던 곳이다. 정치권 인사가 주로 맡아왔던 자리인 만큼 PK 출신인 이 회장이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 금융지주의 경우 지역색이 뚜렷한만큼 각 회장은 지역 출신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은 부산 출신이고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대구가 고향이다.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은 서울이 고향이다. JB금융그룹 오너십을 가지고 있는 삼양사가 전국 단위 대기업인만큼 지역색을 오히려 없앴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개선 ”알라서 하라” 속 뜻 외면했나
신관치의 시작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잇따라 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한 교체 요구가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다만 매번 ‘알아서 하라’는 식의 메시지가 표출됐다. ‘오래된 CEO를 새 인물로 교체하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은행권에 날아 들었고 특정인물을 우선한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지배구조 개선 요구의 주요 타깃은 4대 금융지주였다. 신한금융을 필두로 우리금융, KB금융 등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약 10여개월간 지배구조 교체가 이어졌다. 하나금융의 경우 이번 정권 출범한 직전 새 회장이 출범한만큼 지배구조 개선 요구 대상이 아니었다.
첫 타자였던 신한금융은 조용병 전 회장이 용퇴하고 진옥동 회장이 세워졌다. 내부 출신 유력 후보가 새 회장에 오르면서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우리금융의 경우 현 정권과 관계가 깊은 관료 출신 임종룡 회장이 선임됐다. 정권 차원의 힘이 작동한 결과라는 평가다.
진 회장과 임 회장이 취임한 뒤 정부와 당국 등에선 은행권의 상생금융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 은행권에 대한 압박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서 상생금융 확대 요구로 컨텐츠가 바뀌는 선에 머물렀다. 특정 은행 등에 대한 노골적 압박은 없었다.

정치권에선 현재의 신관치 지형이 강해진 배경으로 ‘지역 안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다. ‘영남권 인사가 없다’는 정권 차원의 인식과 불만이 다른 이슈로 표출된 것이란 평가다. 정치권 지형으로 볼 때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영남권 인사가 주요 금융지주 CEO로 발탁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나 대통령 워딩의 속 뜻은 ‘정권에 부합하는 인사를 앉히라라는 뜻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호남권 인사들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이 정치권에서의 불만 요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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