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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재계 총수들 투혼 빛났다 대 이어 국제행사 유치 위해 나선 삼성·SK·현대차·LG '회장님들'

김위수 기자공개 2023-11-29 09:16:23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의 민간위원장을 맡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간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행사들이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1988년 열린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후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중진국으로 올라섰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선진국 반열에 들게 됐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가 국격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의견은 비단 최 회장만의 주장이 아니다. 월드컵·올림픽과 더불어 글로벌 3대 메가 이벤트로 분류되는 엑스포 개최에 민관이 힘을 합친 배경이다. 엑스포 개최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월드컵·올림픽을 앞지르는 61조원 규모의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국제행사의 개최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표 싸움에서 이겨야 했다. 각국 정상들과 정·재계 인사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포섭하는 일이 핵심이 됐다. 오랜기간 전세계를 시장으로 두고 사업을 벌이기 위해 쌓아온 기업인들의 네트워크가 국제행사 유치의 가장 큰 자산이 되는 배경이다. 정부 측 인사보다 기업인들의 영향력이 더 큰 경우도 왕왕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배경에서 그간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행사들이 성사되기까지 기업인들의 공이 혁혁했다. 이를테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88서울올림픽 유치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불가능할 것 같았던 올림픽 개최를 성공시켰다.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은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과 고 구평회 LG그룹 창업 고문(E1 명예회장)이 꼽힌다. 최 회장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인 게이단렌 회장에게 월드컵 공동 주최를 제안했고, 구 회장은 2002 한·일월드컵 유치위원장을 맡아 월드컵 공동개최를 이끌어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역임하기도 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으로 지목된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에서도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 기업은 삼성·SK·현대차·LG가 꼽힌다.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뛴 선대회장들의 정신이 대를 이어 발휘된 셈이다. 대한항공회의소의 조사결과 삼성·SK·현대차·LG 및 롯데 등 5대그룹이 전체 엑스포 유치 활동 중 89.6%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엑스포 개최가 불발되기는 했지만 엑스포 유치전에서 그룹 총수들이 보인 열정은 남달랐다. 앞으로도 재계에서 종종 회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왼쪽 두번째) SK그룹 회장, 정의선(왼쪽 세번째)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각 그룹 회장의 엑스포 유치 활동이 담긴 모습들이다.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은 단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우리나라 산업계를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으로서 앞장서서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부산엑스포유치 민간위원회가 2022년 5월 말 출범한 직후 SK그룹에 부회장급 경영인들이 포진한 WE(World Expo)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며 그룹 차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180개국 인사들과 면담을 실시했다고 한다.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은 1100회에 달했다. 지난 6~7월에는 목발을 짚고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하는 등 부상 투혼을 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9월에는 SK그룹이 매년 진행하는 'CEO 세미나'를 파리에서 열었다. 지난 10월부터는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 아예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이름의 거점을 마련해 상주하며 유치활동을 벌였다. 최 회장은 개최지 결정 직전 이뤄진 5차 PT 연사 5인 중 하나로 마지막까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은 가장 많은 전담 국가를 두고 유치활동을 펼쳐왔다. 부산엑스포유치 민간위원회는 기업별로 전담 국가를 지정하고 유치활동을 벌였다. 전담 국가의 숫자는 삼성이 31개, SK그룹이 24개, 현대차그룹이 21개, LG그룹이 10개, 포스코그룹이 7개, 롯데그룹이 3개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엑스포 개최에 힘을 보태기 위해 올들어서는 거의 매달 해외 출장에 나섰다. 올초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 동행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베트남을 방문했다. 또 엑스포 유치전의 '캐스팅 보트'인 태평양 도서지역을 방문해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호소했다.

현대차그룹은 SK그룹보다 앞선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내부 전담 조직(TF)을 구성했다. 엑스포 개최를 이루기 위한 정의선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회장 역시 20여차례의 해외 출장마다 엑스포 유치 세일즈를 펼쳤다. 마지막 투표일인 28일까지 최 회장과 파리에 남아 막판 유치전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아프리카에서 BIE 회원국을 돌며 엑스포 유치전에 나섰다. LG그룹의 전담국인 케냐로부터 부산엑스포 지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이뤘다. 그룹 계열사인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LG그룹은 파리 시내버스 2028대의 측면 혹은 전면과 파리 도심 곳곳의 300개 광고판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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