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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CFO 스토리]조달·주가 다잡은 루닛 박현성, 기술의 미래를 만들다①실권주 없이 2000억 조달, 소통·내부통제 초점…신라젠 출신 바이오 경력만 10년

최은진 기자공개 2023-12-15 10:31:06

[편집자주]

기업의 곳간지기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업권별로 그 역할과 무게가 다르다. 바이오텍 CFO는 단순히 재무·회계 등 숫자만 잘 알면 되는 정도가 아니다. 무르익지 않은 기술을 투자자들에게 선뵈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기술수출 현장을 직접 뛰며 사업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이 같은 바이오텍 CFO 역할은 투자 혹한기인 지금 시점에 그 중요성이 배가 된다. 기술이 바이오텍의 존재의 이유라면 CFO는 기술의 생존을 이끌어 내는 키맨이다.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텍의 CFO를 만나 혹한기 생존전략을 물었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2일 16: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의 핵심은 실적이다. 그러나 실적이 좋다고 주가가 다 오르는 건 아니다. 얼마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시장과 원활하게 소통하느냐가 관건이다. 비이성적이기만 할 것 같은 시장이지만 결국엔 합리성에 수렴한다는 게 경제학 논리다.

상장 당시 4000억원대 시가총액의 루닛이 1년만에 3조원대까지 치솟은 비결 역시 '소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 의료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실적으로 입증하며 기대감을 만들었다. 루닛의 기술과 비전은 투톱인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이사가 이끌지만 이를 재무로 뒷받침 하고 시장과 소통하는 역할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현성 상무가 맡고 있다.

◇국내 대형 제약사와 맞먹는 몸값, "순익만큼 중요한 주가수익률"

12일 종가 기준 루닛의 시가총액은 2조4000억원. 연결기준 1조원을 벌어들이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시총과 맞먹는 수준이다. 바이오로 넓혀보면 연간 1500억원을 버는 의료기기 업체 클래시스와 순위를 엎치락뒤치락 한다.

루닛은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사 가운데 6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실적은 연간 200억원 수준, 적자는 3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루닛에 투자자들은 기꺼이 조단위 몸값을 베팅했다. 주가는 거품이 있을 수 있지만 증자를 보면 주주들의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최근 추진한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율은 104.93%를 기록했다. 바이오 혹한기 상황에서도 주주들은 루닛의 가능성에 투자했다.


상장 당시만 해도 AI 의료기업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형성되지 못해 공모가는 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유사기업 중 처음으로 100억원 매출에 이어 200억원대 돌파를 앞두면서 불확실한 기대감을 가능성으로 보여줬다.

실적이 기반이었지만 미래성장성에 대한 적극적인 자신감 표현은 투자자들의 신뢰로 이어졌다. 내부적으로도 관련 활동을 꽤 중요시 여긴다. PR과 IR팀이 대표이사 직속 부서로 조직됐을 정도다.

서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CFO와 IR 및 PR 인력들이 매주 월요일마다 톤앤 매너를 위한 미팅을 하며 전략을 세운다. 의도적으로 주가를 올릴 순 없지만 최대한 내부 경영 전략 등이 시장과 원활한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고심한다.

장기적으로 주주 등 투자자들과 동행하기 위해선 결국 신뢰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본다. 매분기 IR 레터를 통해 주주들에게 자사 실적 등 성과를 공유하고 대표이사 및 CFO 그리고 IR 팀장 등이 각각 매주 10곳가량의 투자가들을 만난다. 과거엔 3개월마다 주주간담회를 했다.

올해 초 루닛이 목표로 삼은 두가지 지표 역시 손익계산서 상 '순익'과 '연간 주가수익률'이다. 그만큼 경영활동이 기업가치에 얼마나 잘 적용되는가를 중요시 여긴다. 특히 루닛은 IR을 통해 만난 기관투자가들 절반 이상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결실이 있었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긴다. 이러한 공로를 통해 루닛은 올해 한국거래소·한국IR협의회가 주최하는 IR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유증 통해 5년간 체력확충, 2025년 내 흑자전환으로 R&D 선순환 기대

상장으로 360억원, 그리고 1년만에 유증으로 2000억원을 조달하기까지. 루닛은 숨가쁘게 달려왔고 꽤 탄탄하고도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이번 유증으로 루닛은 향후 5년간 버틸 체력을 다졌다.

이를 기반삼아 흑자 기조를 만들어 현금이 도는 구조를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번 조달로 현 사업 구조만으로는 충분히 R&D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상장 당시 투자자들에게 선뵌 추정 실적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고 있는 현재시점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자 소통까지, 기술 외 모든 스토리는 CFO가 만들고 있다. 루닛의 재무 및 회계 그리고 IR 전반을 이끄는 CFO 박 상무는 바이오 업계서 10년간 업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1984년생인 그는 한양대 경제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과 석사를 마쳤다. 한국기업평가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2014년 신라젠 재무회계 담당으로 바이오 업계에 첫발을 내딛었었다. 루닛에는 2018년 합류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라젠에 그는 3년여간 몸을 담았다. 2016년 12월에 상장한 후 반년만인 이듬해 7월 퇴사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비전에 매료돼 바이오 업계에 발이 묶였다. 신라젠에서의 그의 이력은 내부통제의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가 됐다.

그가 꼽는 루닛의 장점 역시 기술만큼이나 분명한 내부통제에 있다. 대표이사나 오너에게만 있는 특혜 자체도 없는데다 심지어 임원들에 대한 보상 역시 컨설팅을 받아 결정했다. 임원에 대한 보상을 임원들이 결정한다는 게 독립성 훼손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3월께 관련 컨설팅을 받았다.

박 상무는 현재 재무·회계·자금관리는 물론 총무·인사·PR·IR·법무 등 10개 조직을 지휘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영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루닛은 낮은 가격에 상장했지만 실적 등을 통해 주가가 대폭 오르는 등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AI 의료라는 본질적으로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업계서 실제 성과를 창출하면서 가능성을 입증해주는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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