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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화학은 지금]말본골프·마뗑킴도? 200여개 브랜드 거느린 패션거상①권오일식 M&A 전략 주효, 국내시장 선도하는 ‘패션 생태계’ 구축

김규희 기자공개 2024-01-03 07:09:05

[편집자주]

대명화학은 작은 창업투자회사에서 시작해 27개 의류사업 법인, 200여개 브랜드를 전개하는 국내 대형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말본골프,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패션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전개하는 대기업급 영향력을 가진 업체로 꼽힌다. 하지만 외형에 비해 국내 시장에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더벨은 대명화학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고 지배구조, 성장전략 등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09: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명화학은 최근 국내 패션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으로 통한다. 코닥어페럴에서부터 말본골프,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거센 바람을 일으킨 패션 브랜드들이 모두 대명화학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이지만 대명화학은 패션업계 큰손이다.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의류사업 법인 수만 해도 27개, 전개 중인 브랜드는 200여개에 달한다. 출발은 조용했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거침없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패션업계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 베일에 가려진 거대 패션업체 경영자 '권오일 회장'

대명화학을 이끌고 있는 권오순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통한다. 워낙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 직원들조차 권 회장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언론 등 외부에 노출되는 걸 꺼리는 성격 탓이다. 계열사 미팅조차도 최대한 짧게 한다고 한다. 그마저도 대부분 대면 보고가 아닌 전화 통화를 통해 이뤄진다.

그렇다 보니 권 회장과 관련해 시장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대명화학 회장에 오르기 전 서울대를 졸업한 회계사 출신의 전업투자자였다는 이력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극히 제한적이다. 소재지가 경북 문경으로 나와 있지만 본진은 경기도 분당 판교에 있다.

권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를 인수한 이후 브랜드 인수합병(M&A)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2006년 필코전자(코웰패션의 전신), 2009년 모다이노칩, 2010년 모다아울렛(현재 모다이노칩에 흡수) 등을 잇따라 인수했고 그 과정에서 패션사업과 연을 맺었다.

당시 코웰패션을 이끌던 이순섭 회장이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대명을 찾았다. 권 회장은 이 회장의 패션에 대한 진심과 성장 가능성을 알아챘고 망설임 없이 사업자금을 투자했다. 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 자금 걱정 없이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코웰패션은 2015년 코스닥 상장사인 필코전자와 합병하고 지금의 사명으로 교체했다.

권 회장의 투자 방식은 독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피투자기업의 재무상태, 성장가능성도 체크하지만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의 마인드다.

경영인의 브랜드에 대한 열정과 태도, 패션사업을 성공시키려는 의지, 그리고 진정성과 신뢰감을 핵심 가치로 본다. 정작 얼마나 많은 수익이 나는지는 투자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같은 M&A 원칙 덕분에 대명화학은 누구보다 빠르게 많은 수의 될성부른 브랜드들을 품을 수 있었고 지금의 패션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거침없는 M&A, 숨겨진 옥석 모아 ‘패션 왕국’ 건설

권 회장은 코웰패션 인수 이후 본격적으로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창업이 아닌 패션 전문가와의 협업 방식을 택했다. 패션사업에 대한 패기와 열정은 가득하지만 투자금이 부족한 업체를 찾았다. 철저하게 경영권을 인정하는 대명화학만의 M&A 전략은 서로에게 ‘윈윈’이 되기에 충분했다.

대명화학은 2012년 패션몰 업체 패션플러스를 품었다. 1999년 문을 연 패션플러스는 국내 최초 패션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패션플러스는 주로 여성복 브랜드를 키우는 역할을 하다 최근에는 남성복, 키즈, 액티비티 등 카테고리를 확장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자회사 케이브랜즈도 패션 브랜드 확장의 주역 중 하나다. 케이브랜즈는 겟유즈드 인수 이후 닉스, 흄, 머스트비, 바닐라비 등을 인수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브랜드 사업을 확장했다. 이외에도 범퍼, 케네스콜, 카이아크만 등 브랜드도 전개하고 있다.

대명화학이 최근 패션업계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계열사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전개하는 브랜드 때문이다.

대명화학은 지난 2019년 중간지주사 어센틱브랜즈홀딩스 산하에 자신의 사명 ‘대명’을 영문화한 하이라이트브랜즈를 설립했다. 하이라이트브랜즈는 코닥어패럴을 시작으로 말본골프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20·30세대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말본골프는 론칭 첫해인 2021년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엔 85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외에도 온라인 브랜드로 바람을 일으켰던 키르시와 비바스튜디오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에는 컨템포러리 골프웨어 브랜드 포트메인도 인수했다. 하이라이트는 디아도라, 시에라 디자인, 폴라로이드 등 브랜드도 전개하고 있다.


국내 패션브랜드 신화를 새로 쓰고 있는 ‘3마’ 브랜드 중 2개가 대명화학 소속이다. ‘3마’는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르디 메크르디 등 올해 국내 패션업계를 선도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일컫는 말이다. '3마'는 '에·루·샤'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대장 격인 마땡킴은 대명화학 산하 하고하우스(하고엘앤에프)가 전개하고 있다. 대명화학은 2020년 온라인플랫폼 ‘하고’를 운영하는 하고하우스를 지분투자 방식으로 계열사로 편입했다. 마땡킴은 블로그마켓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개성있는 스타일로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르떼 프랑소와 저버는 대명화학 계열사 레이어가 전개 중이다. 1990년대 청바지로 인기를 끌었던 고전 브랜드였지만 2019년 레이어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스트리트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결과 마뗑킴과 함께 연매출 1000억원의 ‘메가브랜드’로 성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대명화학은 전개 브랜드의 프레시한 이미지 희석과 M&A 전략 노출 등을 우려해 전략적으로 외부 노출을 꺼리고 있다”며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대기업급 영향력을 가진 업체로 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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