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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영업 전문경영인에게…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큰그림' 집중 HD현대·조선해양·마린솔루션 등 역할 수행

임한솔 기자공개 2024-01-22 14:13:41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그동안 직접 살펴보던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 많아진 만큼 지주사 경영과 전체적인 전략 수립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부회장 승진과 함께 HD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담당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HD현대그룹 내 직책은 4개에서 3개로 줄었다. HD현대 대표이사,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HD현대마린솔루션(옛 HD현대글로벌서비스) 경영지원부문 총괄만을 겸한다.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은 정 부회장과 보조를 맞춰온 박승용 HD현대중공업 영업본부대표 사장이 이끌게 됐다. 박 사장 역시 정 부회장 승진 시기에 사장에 올랐다.

선박영업은 HD현대그룹의 근간인 조선업의 매출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정 부회장의 경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정 부회장은 앞서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해 잠시 일하다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으로 자리를 옮겨 금융 쪽 업무를 경험했다.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에 복귀한 자리가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다.

2015년 11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기획실 총괄부문장, 재무부문장과 함께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조선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시기였다. 정 부회장은 당시 영업담당 임직원들에게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겠으니 일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하며 사기를 북돋웠다고 한다.

부사장, 사장으로 직급이 더 높아지는 과정에서도 선박영업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11월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에 올랐다. 2019년 현대중공업 조선부문(HD현대중공업)이 분할되고 나서도 일정기간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지냈다. 2021년 박 사장에게 HD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물려준 뒤에는 선박해양영업 담당으로 남아 조선 수주에 힘을 보탰다.

정 부회장이 오랫동안 애정을 가져온 선박영업 실무에서 물러난 것은 그룹 전체를 이끄는 오너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이 커진 시점과 일치한다. 지난해 정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 등 기존 부회장단은 자문역으로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정기선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존재감이 커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부회장단이 보조하던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을 정 부회장이 이끌어가야 하게 됐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정 부회장을 받쳐주고 있지만 정 부회장이 지주사 업무 이외의 영업 실무까지 직접 챙기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론 선박영업을 직접 담당하지 않더라도 그룹 수장으로서 대규모 일감 수주를 모색하는 자리에 앞장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 부회장은 여러 국제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HD현대그룹의 경쟁력을 알리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지주사 이외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기업공개(IPO)라는 대형 이벤트가 남아있다. 정 부회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기업으로서 정착할 때까지 당분간 직접 경영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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