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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의 귀환]올드보이가 성공하려면③불황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불황엔 장사 없다'만 확인

조은아 기자공개 2024-01-25 16:25:31

[편집자주]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흔히 나이듦을 위안하는 말로 쓰이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여주는 이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돌아왔다. 거센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이들을 불러온 건 결국 기업들의 '위기의식'이다. '또?' 라는 의문도 들지만 돌아온 이들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더벨이 지난해 재계의 새 인사 코드로 떠오른 '올드보이의 귀환'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에도 올드보이들의 컴백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위기'. 불황이 극심해질 때 '믿을맨'이 위기 극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해왔다. 특히 조선업과 해운업 등 주기적으로 불황과 호황을 오가는 사이클 산업에선 이를 모두 경험해봤다는 점에서 올드보이들의 몸값이 높아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성공했을까.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불황엔 장사가 없다는 말만 다시 확인시키는 데 그쳤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소환된 OB들

조선업과 해운업은 대표적 사이클 산업으로 꼽힌다. 해운업은 길게는 10~20년 주기로, 짧게는 5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오간다. 사이클이 만들어진 이유는 경기 변동이다. 전 세계 교역량에서 해상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데 이 교역량은 경기에 따라 달라진다. 조선업의 경우 대체적으로 전방산업인 해운업에 영향을 받는데 여기에 몇 가지 변수가 추가된다. 선박 건조 기간과 선박 교체 주기다.

일정 주기로 업황이 왔다갔다한다면 경험이 많을수록 유리한 건 당연한 얘기다. 조선업과 해운업이 불황에 빠졌을 당시 두 산업에서 올드보이들이 속속 복귀했던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14년엔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 2015년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2016년엔 현대상선(현 HMM)에서 오래 전 현직에서 물러난 인물들이 잇달아 돌아왔다.

2014년 옛 현대그룹에서 한때 '건설은 이명박, 조선은 최길선'으로 통했던 최길선 회장이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왔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결국 최 회장이 소환됐다. 최 회장은 한국 조선업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하나다.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의 모든 조선 계열사 사장을 거쳤다.

이듬해인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선 정성립 사장이 무려 9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2016년에도 30년 경험의 해운업 베테랑 유창근 사장이 돌아왔다.

국내 재계에선 오너의 해결사 역할을 위해 친정에 돌아오는 사례 역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춘수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다. 그는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나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모두 다시 부름을 받았다. 금 수석부회장은 여전히 그룹에 남아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옛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도 기옥 전 금호터미널 대표가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그룹 대외협력담당 사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이른바 '형제의 난'에 따른 보은 인사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2017년 4월 당시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왼쪽)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VLCC 5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Letter of Intent)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과거 성공 방식에 연연"…현실은 글쎄

재계에서 '믿을맨의 귀환'은 주로 기업의 비상상황 때 이뤄졌다. 오랜 기간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조정 임무를 완수하거나, 사업 전환을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다만 결과적으론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유창근 사장은 돌아온 지 2년 반 만에 2년의 임기를 남기고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당시 그가 친정으로 돌아온 건 그를 필요로 했던 현대상선 채권단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업계 최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불황의 여파가 워낙 깊고 넓었던 만큼 이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도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 스스로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립 사장 역시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결정되면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중공업 역시 최길선 회장의 복귀에도 사정이 그다지 나아지진 않았다.

해외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22년 말 디즈니로 투입된 밥 아이거 CEO는 등장 만으로 주가를 하루 사이 7% 끌어올린 디즈니의 전설이다. 그는 2005년부터 약 15년간 회장 겸 CEO로 디즈니를 이끈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의 복귀 이후에도 디즈니는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0조원이 넘는 비용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CEO 역시 2022년 4월 CEO로 다시 복귀했으나 지난해 3월 큰 성과 없이 다시 회사를 떠났다.

사실 올드보이의 귀환 자체는 양면적 성격이 강하다.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새 리더십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복귀할수록 과거의 성공 공식에 연연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현실은 달라져 있다"며 "달라진 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고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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