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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M&A 성과 점검]유료방송 강화 승부수 HCN, 수익성은 '난기류'③5151억 투입 1년만에 영업권 240억 손상처리, 현금창출력 약화

김규희 기자공개 2024-02-02 07:37:52

[편집자주]

KT는 대표가 바뀔 때마다 인수합병(M&A) 전략이 수정돼왔다. 새로 취임한 대표는 전임자가 사들였던 기업들에 번번이 메스를 들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회사의 정리도 있었지만 자신의 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회사를 쳐낸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8월 부임한 김영섭 대표이사도 최근 들어 비슷한 행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시절 이뤄졌던 M&A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 상황일까. 관련 기업들의 성과와 현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성방송 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는 2021년 유료방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HCN(옛 현대HCN)을 인수했다. 그동안 영위하지 않았던 케이블TV 시장 진출을 통해 유형별 유료방송 사업을 모두 확보,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료방송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HCN 인수 효과는 미진하다. 가입자 수가 줄어들고 있어 기대했던 현금창출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HCN의 수익성 둔화를 감안해 영업권에 대해 대규모 손상차손 처리에 나섰다.

◇유료방송 경쟁력 강화책, HCN 인수

KT 그룹은 지난 2021년 9월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던 HCN(옛 현대HCN)을 품어 유료방송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자 했다. 기존 위성방송 서비스에 종합유선방송을 붙여 덩치를 키운다는 전략이었다.

자회사 KT스카이프를 앞세워 현대HCN을 인수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HCN의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었다. 유료방송을 정리하는 대신 화장품 원료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현대HCN의 방송·통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현대HCN을 신설하고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무려 5151억원을 들여 현대HCN을 품었다. 현대HCN을 인수하게 되면 유형별 유료방송 사업을 모두 확보하게 되는 만큼 당시 구현모 KT 대표가 통큰 결단을 내렸다. 비통신부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 전 대표의 비전이 반영된 인수였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품으면서 KT 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유료방송 사업자를 거느린 기업에 등극했다. KT가 IPTV를,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 HCN이 종합유선방송을 각각 운영하면서 경쟁력 제고에 들어갔다.

HCN 인수를 통해 기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케이블TV라는 신규사업 진출과 함께 130만명 안팎의 가입자를 품어 잠재 고객군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인터넷과 유료방송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는데 기존 현대HCN 고객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인해 실적 개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케이블 방송과 고품질 인터넷의 유무선 결합을 통해 인터넷 품질 열위를 극복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서비스 가격을 낮춰 신규소비자를 끌어모은다는 계획을 세웠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양사가 가지고 있는 제작역량을 교류해 고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했다.

◇외형 커졌지만 수익성 악화, 대규모 영업권 손상 인식

KT스카이라이프의 HCN 인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HCN이 2022년 한 해 동안 2494억원을 벌어들이면서 KT스카이라이프 연결 매출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HCN 고객 유입 등 영향으로 모바일·인터넷 순증 가입자가 27만여명이 증가했고 덕분에 2022년 매분기 매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수익성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KT스카이라이프의 2022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5% 감소한 632억원이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중 확대에 따른 무형자산상각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약화했. 콘텐츠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린 여파였다. 모바일 및 인터넷 가입자 순증으로 네트워크 및 마케팅 비용이 커진 측면도 있었다.

HCN 인수 당시 패키지딜로 품은 미디어지니(옛 현대미디어) 합병도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다. KT 그룹은 2022년 미디어사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KT스튜디오지니 밑에 있던 미디어지니를 KT스카이라이프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에 흡수합병 시켰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친 흐름이 2023년에도 이어졌다. KT스카이라이프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31억원에서 404억원으로 36% 감소했다. 계절성 비용인 방송발전기금이 반영된 영향도 있었지만 스카이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투자가 증가하면서 무형자산 상각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HCN 인수 이후 현금창출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데다 유료방송 시장이 IPTV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종합유선방송(HCN)과 위성방송의 역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740억원이었던 HCN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245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이 218억원에서 154억원으로 감소한 데다 자산부채 변동폭이 컸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은 2021년 240억원 순유입에서 2022년 190억원 순유출로 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약화는 2022년 말 HCN에 대한 영업권 손상차손을 실시한 영향이 컸다. KT스카이라이프는 HCN 지분을 인수하면서 이전 대가 5151억원 중 2527억원을 영업권으로 설정했다. 영업권은 피인수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인수대가의 차이로, 해당 금액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웃돈을 얹어줬다는 뜻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HCN에 설정해 놓은 영업권에 대해 손상검사를 실시하고 2527억원의 영업권 중 24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영업권을 손상차손 처리했다는 건 KT가 HCN을 통해 미래에 회수가능할 수 있는 현금이 장부가액보다 하회할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지난해 상황도 좋지 않다. HCN의 케이블TV와 케이블인터넷 가입자수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케이블TV 가입자수는 2022년 3분기 128만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엔 12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케이블인터넷 가입자수도 같은기간 24만명에서 23만명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KT스카이라이프가 HCN 영업권에 대해 추가 손상차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의 HCN 영업권 손상처리의 의미는 내부에서 인수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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