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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불문율이라는 허상 [thebell note]

이민우 기자공개 2024-02-08 08:45:1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투자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를 하나 고르면 SK스퀘어의 11번가 콜옵션 미행사를 뺄 수 없다. 이사회를 통해 미행사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11~12월부터 11번가 매각 절차를 다시 밟는 현재까지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는 중이다.

논란으로 번진 주요 논지를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드래그앤콜에서 설정된 콜옵션은 포트폴리오에 투자한 FI의 원금회수를 보장하는 안전장치로 행사가 암묵적 관행인데 SK스퀘어에서 이를 포기해 신의를 저버렸다는 얘기다.

앞선 논리는 재차 살피면 다소 어색하다. 논점 자체가 ‘콜옵션 행사는 불문율’이란 신기루에 가려져 벗어났기 때문이다. 콜옵션은 계약 상 명시된 SK스퀘어 측의 적법한 권리다. SK스퀘어가 11번가를 제대로 운영하진 못했으나 당연히 배임 가능성 등을 고려해 회사·주주에 손해를 덜 끼칠 선택을 할 당위성이 있다.

H&Q코리아(이하, H&Q) 등 FI는 마찬가지로 미행사에 대응해 보장된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으로 직접 자금 회수에 나서면 되는 명료한 일이다. 쿠팡 등에 밀려 11번가 밸류업에 실패했다는 비판이면 모를까 정당한 계약 행사를 불문율에 옭아 지탄할 여지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11번가 콜옵션 이슈가 불탄 이유는 드래그앤콜에 대한 불안감과 GP의 엑시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으로 PEF 풋옵션이 힘든 상황에서 드래그앤콜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여겨졌다. GP는 낮은 원금 손실 가능성으로 LP를 끌어들였고 엑시트에선 콜옵션 등에 기대 직접 회수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100% 안전투자란 없는 게 투자의 논리다. FI 입장에선 다운라운드가 억울하겠지만 투자는 GP 등 출자자의 온전한 선택이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과 우위 변동이 극심해졌고 투자 시장 기준도 변화 중이다. 드래그앤콜 같은 방정식을 맹신하는 것도 어쩌면 사치다.

이는 11번가 콜옵션 이슈를 특정 주체의 신뢰 훼손 같은 내용으로 피상적이게 소비해선 안되는 이유기도 하다. 의미없는 불문율과 안전투자란 허상에 집착하기보다 함께 11번가 수습에 나서고 경쟁력 재점검 나서야 하는 시기다. 전제 조건은 H&Q와 SK스퀘어 모두 스스로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총구를 돌리지 않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H&Q는 이미 큐텐·알리바바 등과 태핑을 했다. 인수가는 앞서 논의된 1조원보다 적은 5000억~6000억원 이하로 점쳐진다. 신속하고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서든 재차 매각에 실패하고 향후 방안을 고려하든 SK스퀘어와 발을 맞춰야 함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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