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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을 움직이는 사람들]초대 CCO 성민석 부사장, '현장 경영'서 찾는 해답②한온시스템 CEO 출신 차량 전문가...SK온 영업 역량 확대 주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2-22 07:26:21

[편집자주]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의 성장 속도가 매섭다. 2023년 역대 최대 매출(12조897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매분기 적자 폭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배터리 수주 잔고는 400조원까지 늘려 중장기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다만 2024년은 전기차 업황 둔화에 따른 '배터리 보릿고개'가 드리운 상황. 올해 첫 분기 흑자에 도전하는 SK온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SK온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석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제조업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SK온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에는 CEO와 CFO 외에 CPO(최고생산책임자), CCO(최고사업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CAO(경영지원총괄) 등의 C레벨 직책이 있다. 이 중 CCO는 작년 8월에, CPO와 CTO는 작년 말 조직개편 당시 COO(최고운영책임자) 자리가 사라지면서 신설됐다.

이 중 CCO만 유일하게 외부에서 데려온 인물이 맡고 있다. 바로 한온시스템 CEO 출신의 성민석 부사장(사진)이다. 그는 완성차·부품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근무 기간만 30여년에 달한다. 자동차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 SK온의 약점을 보완하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성 부사장은 현장 중시형 리더다. 한온시스템에서 1년의 절반 이상을 국내외 생산공장을 돌며 마그나 사업부 인수 등을 주도했다. SK온에서도 해외 생산 거점과 전시 현장 등 고객사가 있는 곳에서 사업 현안을 챙기고 있다.

◇포드 출신 자동차 전문가...마그나 사업부 인수 주역

성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고려대(기계공학 전공)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았다. 1995년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에 공조 시스템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약 6년간 근무한 이후 포드와 한라그룹이 합작설립한 한라비스테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한앤컴퍼니 컨소시엄이 한라비즈테온을 인수해 한온시스템이 출범하면서 SK온에 합류 전인 2023년 7월까지 근무했다. 포드 입사 후 본인이 스스로 이직을 택한 적이 없었지만 대주주가 여러 번 바뀌면서 소속 회사가 계속 달라졌다.

한온시스템에서 그의 역할은 점차 커졌다. 상품 그룹 전략 및 운영총괄 부사장과 COO, CEO를 차례로 역임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COO로 재직할 당시 마그나 유압제어 사업 인수다. 이는 12억3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딜이다. 삼성전자의 10조원대 하만 인수에 이어 국내 회사가 인수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중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으로 주목받았다.

성 부사장은 당시 마그나에 유압제어사업부 매각을 먼저 제안했다. 매물로 나오지도 않은 사업부를 매각하라는 제안에 마그나는 요지부동이었다. 성 부사장은 M&A가 성사되면 마그나는 주력 사업인 파워트레인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한온시스템은 전동 컴프레셔 사업과 마그나 유압제어 부문간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마그나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M&A 이후 한온시스템은 현대차와 포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74%에서 60%대로 낮출 수 있었다. 동시에 전기차 열관리의 핵심인 히트펌프시스템 조정 장치 기술도 확보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전기차 시대까지 대비하는 '일거양득' 성과였던 셈이다.

그가 이같은 기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건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 덕분이라는 평가다. 성 부사장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더 완벽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그는 한온시스템 COO 재직 당시 20여개국에 흩어져있는 51개 생산공장을 한해 최소 한 번 이상 찾았다. 매주 1번 이상은 국내외 현장을 방문했다는 의미다. 2021년 한온시스템 CEO에 오른 후에도 1년의 60%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냈다.

◇SK온서 해외 현장행보 계속...글로벌 네트워킹 활용

성 부사장은 2023년 8월 SK온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SK온이 사업 확장을 위해 외부에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던 시기다. SK온은 주요 사업 파트너인 완성차업체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 생태계를 깊숙이 이해하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SK온의 주요 고객사는 현대차와 포드, 다임러,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다.

그러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나 SK그룹 전반에는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인물이 부족했다. SK온에겐 성 부사장 같은 외부 전문가로 약점을 보완하는 게 당시로선 최선의 전략이었다.

성 부사장은 한온시스템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의 관계, 회사 매각 이슈 등으로 경영상 한계를 느껴 SK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2015년 한온시스템을 인수했고 2021년부터 매각을 착수해왔다.

성 부사장은 SK온에 둥지를 튼지 17일 만에 현장 행보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캐나다 퀘백에서 열린 포드, 에코프로비엠와의 양극재 합작공장 건립 행사에서 회사 대표로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다음 달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글로벌 모터쇼 'IAA 모빌리티'에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모습을 드러냈다. 성 부사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도 최 수석부회장과 현장을 누볐다.

CCO는 마케팅과 구매, 세일즈, 프로젝트 관리(PM) 등의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라 고객사들과 수시로 만나 업무 협의를 해야 한다. 구매는 얼마나 싸게 좋은 원재료와 부품을 조달하는지를 결정하고 세일즈는 배터리 판가와 연관이 있는 업무라 모두 파트너사와 협력이 필수다. 이에 성 부사장은 다수의 파트너사가 한곳에 모이는 글로벌 규모의 전시회는 대부분 직접 참석하려는 편이다.

그는 포드에서 근무한 경험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SK온과 포드는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미국 테네시에 45GWh, 켄터키에 37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어 의견 교환이 수시로 일어난다. 성 부사장은 부임한 이후 그는 포스와 핵심 소통 창구가 됐다.

SK온은 지난달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 또한 성 부사장의 성과다. 한온시스템 근무 시절 솔리드파워 투자를 추진했던 인연이 이번 협력으로 연결됐다.

그는 성격이 화통하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리더로 잘 알려졌다. 말단 사원급 직원부터 임원을 가리지 않고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기간 해외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 덕에 수평적 리더십이 몸에 익었다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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