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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에스티팜, 같은 듯 다른 'ADC' 묘한 신경전 동아에스티는 앱티스 인수, 에스티팜은 레고켐과 CDMO 계약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12 10:42:5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아쏘시오그룹 핵심 계열사 두 곳이 나란히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같은 듯 다른' 사업 전략이 눈에 띈다. 신약개발 자회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술 내재화를, 원료의약품 생산 자회사는 공정 공동연구 협력으로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신약개발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데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선 둘의 사업 영역이 겹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원료의약품 생산 자회사가 자체 신약개발을 선언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 상황 속 그룹 내 자회사끼리 경쟁이 구도가 예측된다.

◇동아에스티 앱티스 인수 3개월만 에스티팜 레고켐과 협업

동아쏘시오그룹 전문의약품(ETC) 및 신약 연구개발(R&D) 계열사 동아에스티가 ADC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건 작년 12월 말께다. 국내 바이오텍 앱티스 경영권과 플랫폼 기술 및 파이프라인을 인수하면서다. 세부적인 계약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시장에 나왔던 전략적 투자자(SI) 등이 보유한 지분 51%를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앱티스는 ADC 전문 국내 바이오텍이다. 항체 변형 없이 선택적으로 약물을 접합할 수 있는 '앱클릭' 링커 기술에 기반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동아에스티는 앱티스로부터 전임상 단계의 ADC 후보물질 'AT-211' 개발을 이어받아 올해 임상 1상을 주도할 예정이다. 최근 경영진을 동아에스티 출신 인물로 채우면서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동아에스티가 ADC 시장에 뛰어든 지 약 3개월 만에 동아쏘시오그룹 원료의약품 생산 자회사 에스티팜도 관련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레고켐바이오와 ADC 링커 제조 공정 공동연구 및 CDMO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앱티스와 마찬가지로 레고켐바이오 역시 링커에 강점을 가진 국내 바이오텍이다. 링커 기술에 있어선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한 업체로 손꼽힌다. 현재까지 다수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은 총 13건, 최대 8조 7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에스티팜은 이번 계약을 통해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의 링커 일부분에 대한 공정 최적화 연구부터 CDMO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방식'은 달라도 '지향점' 같다…'사업영역 파괴' 우려도

'항체'와 약효를 잘 발휘하는 '약물'을 결합한 ADC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있어 필수로 떠오른 플랫폼이다. 다이이찌산쿄의 HER2 타깃 '엔허투' 성공 이후 빅파마들이 앞다퉈 ADC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업계의 관심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2026년 시장 규모만 13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나란히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분야에 진출한 가운데 양사의 같은 듯 다른 사업 전략이 눈길을 끈다. 국내 바이오텍과 손잡고 시장 정복에 나섰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M&A를 통한 기술 내재화를, 에스티팜은 협력 관계 구축으로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초기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양사가 바라보는 시장이 같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현재로선 동아에스티와 에스티팜의 ADC 사업 영역은 각각 신약개발과 CDMO로 명확히 구분돼 있다. 다만 두 사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데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선 사업군이 겹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앱티스 인수와 함께 독창적인 ADC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ADC CDMO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미 CDMO를 넘어 신약개발로 외연을 확장한 에스티팜 역시 중장기적으로 ADC 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현재 에스티팜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치료제, 항암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등 자체 신약을 개발 중이다.

그룹 계열사 간 영역 파괴가 확대하면서 양사 경쟁도 심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실 에스티팜이 신약개발을 통해 그룹 내 R&D 전진기지였던 동아에스티의 자리를 넘보면서 일찍이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동아에스티에 대해 손상차손을 반영한 반면 에스티팜의 경우 수년 전 반영한 손상차손을 환입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양사 장부가 순위가 뒤바뀐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작년 6월 말 기준 동아쏘시오홀딩스가 평가한 동아에스티와 에스티팜의 장부가는 각각 1926억원과 2098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면서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라면서 "이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사업영역이 겹쳐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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