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08:2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재계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절대 오르지 않는다던 일본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한 배경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을 상장 폐지한다는 강력한 밸류업 정책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 정부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상장사 평균 PBR이 1배 미만인 국내 시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기업들이 내놓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너무 배당, 자사주 등 주주환원에 편중돼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가치가 제값을 못 받는 근원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단기부양 카드만 꺼낸다는 것이다. 이들이 꼽는 최대 문제점은 지배구조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의 전략이 결국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오너가 예민하게 구는 지배구조 이슈를 건드려 압박강도를 높이려는 의도지만 실제로 거버넌스 개선은 밸류업으로 이어진다는 게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의 주요 견해다. 특히 국내 기업 저평가의 알파요 오메가는 회사 운영의 핵심 의결기구인 이사회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기업 경영에 필요한 주요 의사결정을 맡고 있는 곳이다.
오너 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특정주주, 즉 총수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자본배분이 효율성보다 지배주주 우선으로 행해지니 기업가치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일반 주주들은 투자를 외면하고 빠져나갔으며 그럴수록 오너의 입김이 세진다. 지배주주 입장에선 밸류업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지배주주와 이에 속한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이사회 독립성과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하자고 한다. 전체 주주를 대변하려면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이 필수라는 뜻이다.
반대로 오너가 없으면 기업가치가 좋아지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은행이나 민영화 된 공기업처럼 주인이 없는 소유분산 기업들도 문제가 있다. 이들 업체의 이사회가 지적 받는 사항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원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이다.
주인이 여럿으로 분산돼 있으니 대리인이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주인-대리인' 문제의 일환이다. 국내에선 '참호구축'으로 얘기되는 이사회 멤버 회전문 인사가 대표적이다. 오너 기업이든, 소유분산 기업이든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으니 당연히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기업가치가 순자산 장부가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기업가치 제고는 효율적인 자본배분에서 시작된다. 그 방향성은 특정주주, 또는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이다. 주주환원은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에 의존하면 단기적인 효과 이상은 나오기가 어렵다. 근본적인 해법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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