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T·현대차 딥 커넥션]십수년 이어온 끈끈한 혈맹, 사법 리스크에 얼룩①텔레매틱스 등 다방면에서 교류, '보은투자' 논란

이민우 기자공개 2024-04-02 08:09:49

[편집자주]

KT와 현대차그룹은 지난 십수년간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 국가대표 통신과 자동차 기업의 파트너십은 다양한 성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들의 깊은 관계가 최근 들어 사법 리스크란 어두운 면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전격적인 지분 교환을 통한 혈맹 구축과 동시에 각 계열사가 얽힌 '보은 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두 그룹은 과연 어떻게 인연을 맺고 또 그 관계를 이어왔는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양사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와 현대차그룹의 협력 관계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오래 전 경영진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 남중수·구현모 KT 전 대표를 거칠때까지 지속됐다. 양사는 현재까지도 깊은 파트너십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물론 SKT 등 KT의 경쟁사도 현대차그룹과 연결고리가 있다. 하지만 협업 횟수나 깊이 등을 따질 때 KT의 관계와 비교하긴 어렵다. KT와 현대차는 장기간 텔레매틱스 등 여러 영역에서 손잡았다. 2022년 기점으로 대규모 자사주까지 맞교환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생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양측의 사업 관련 협업 진정성과 신뢰에까지 흠집이 남을 위기다. KT와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 및 특수관계자가 얽힌 사업체를 양사가 서로 상당한 고가에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명 ‘보은 투자’ 의혹이다.

◇KT 민영화 후 현대차와 기술·사업 전방위 연결, 지분 교환 '화룡정점'

KT, 현대차그룹은 그간 파트너로써 다수 사업과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했다. 특히 KT가 민영화를 거치고 정부 관리에서 벗어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양사 관계는 더 긴밀해졌다. 남중수 등 전 KT 대표와 정 명예회장 등 ‘윗세대’ 시절부터 양사는 두터운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이 SKT, LG유플러스 등 KT 경쟁사와 관계를 아예 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사업 업무협약(MOU)이나 공동개발, 파트너십 제휴에서 유독 KT와 손발을 맞춘 사례가 많다. 특히 양사는 산업 트렌드 변화 대응, 중요 사업 추진 기로에서 서로 손을 빌렸다. 이석채 KT 전 대표 시절인 2009년 공동마케팅, 유통망 제휴 등을 벌인게 대표적이다.

2009년은 자동차와 IT·무선통신의 접목, 통신 B2B 경쟁력 강화가 활발히 논의된 시기다. 당시 KT는 현대차를 파트너로 삼아 결합 요금제와 모바일 자동차 솔루션 ‘쇼(SHOW) 현대차 모바일 서비스’를 내놨다. 차량 할인을 무기로 수만 명의 요금제 가입을 유도했고, 자동차 전용 종합 모바일 서비스의 세계 최초 상용화란 타이틀까지 달았다.


이후 양사 관계는 KT의 텔레매틱스 공급 등으로 더 단단해졌다. 텔레매틱스는 차량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모젠 등 현대차 초기 텔레메틱스 인프라 구축에 KT 역할이 컸다. 브랜드 수주에서도 KT는 현대차, 제네시스 2곳을 맡았다. 반면 SKT와 LG유플러스는 기아 1곳을 나눠 공급해 KT와 다른 2개사 입지 차이가 컸다.

정의선 회장,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 이르러서 양측은 대규모 상호 지분 취득까지 단행했다. KT의 7500억원 규모 자사주와 현대차 4456억원, 현대모비스 3003억원 상당 자사주를 맞바꿨다. 단순 협업보다 기술 공동 개발과 연구, 장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환경이 이로써 갖춰졌다. 전반적인 공조는 물론 양사의 밀월 관계가 더 깊어진 셈이다.

보은 투자 의혹, 협력 신뢰성·진정성 흠집

문제는 공고했던 KT, 현대차그룹 협력 관계는 최근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KT클라우드, 현대오토에버 등 각 그룹 계열사가 연관된 ‘보은 투자’ 의혹 때문이다. 구 전 KT 대표를 비롯해 양 측 모두에서 요직을 거친 윤경림 전 KT 사장,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등 주요 경영진이 스캔들에 휘말렸다.

보은 투자 의혹은 KT클라우드의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이하, 스파크) 인수에서 출발했다. 스파크는 프라이빗클라우드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2022년 10월 KT클라우드에 인수됐다. 스파크 지분 100%를 206억원에 사들인 이후 현재의 오픈클라우드랩으로 사명을 바꿨다.

200억원 넘는 몸값이 문제가 됐다. 스파크가 실질 기업 가치 대비 지나치게 고가로 인수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KT로 인수되기 직전인 2021년 기준 스파크 총 자산은 16억원 수준이다. 매출도 60~70억원에 불과하다. 경영권, 경쟁우위 기술 요소 등 프리미엄을 수백억원 더 붙여 샀다는 이야기가 된다.


검찰 수사가 벌어진 배경이다. 검찰은 이상 거래 이면에 과거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투자에 대한 '보은성'이 있다고 봤다. 에어플러그는 구 전 대표의 형인 구준모 씨가 세운 회사다. 2019년 현대차로부터 36억원 상당 투자를 받은 곳으로 2021년 245억원에 현대차로 완전 인수된 기업이다.

에어플러그는 현대차 인수 당시 총자산이 4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스파크처럼 기업가치 대비 상당히 높은 금액에 인수가 이뤄진 셈이다. 둘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현대차 특수관계자가 설립한 회사다. KT와 현대차그룹이 서로 경영진의 특수관계자 소유 회사를 주고받는 모양새가 됐다.

KT와 현대차 간 이뤄진 보은 투자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야 주요 인물을 소환 조사하고 있는 만큼 법리적 판단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원 판결을 떠나 주요 경영진 등이 연관된 거래라는 점이 속속들이 알려지면서 양측 협력 성과에 흠집을 남긴 사례로 남게 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