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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을 움직이는 사람들]'소나무 정신' 안병덕 부회장, 오너 '3대' 보좌 비결은②42년 코오롱맨…이웅열 이어 이규호 부회장 승계까지 돕는다

박완준 기자공개 2024-04-09 07:40:39

[편집자주]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승진 5개월 만에 4개 계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몇 년째 공석인 회장 자리까지 단 한걸음 남았다. 다만 지난해 코오롱그룹은 줄곧 '효자노릇'을 해오던 소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쓴맛을 봤다. 코오롱글로벌도 마찬가지다. 건설경기 둔화로 영업이익은 10분의 1토막이 났다. 코오롱그룹은 지금껏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익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코오롱그룹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코오롱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병덕 코오롱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룹에서 2대 창업주인 고(故) 이동찬 전 명예회장과 오너 3세이자 최대주주인 이웅렬 명예회장을 모두 보좌했다. 이제는 4세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까지 준비하고 있다. 승계 준비의 1막인 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재편은 끝마쳤지만, 2막인 지분 승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소나무처럼 변하지 않은 복심. 안 부회장이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사 교체 없이 오너가(家) 옆에서 보좌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그룹 내에서는 아직도 '열정과 성실함이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오롱 입사 후 30년이 넘도록 휴가를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으며, 모친상을 치르고 곧바로 다음날 업무에 복귀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번 만난 직원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 먼저 알아볼 정도로 주변을 잘 살피는 리더십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그는 항상 임직원들에게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공감대는 결국 회사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병덕 부회장, 코오롱그룹의 상징적 인물

자그마치 42년. 안 부회장이 1982년 코오롱상사로 입사해 현재까지 걸어온 시간이다. 그는 1987년부터 1998년까지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이동찬 코오롱 전 명예회장부터 이웅열 명예회장까지 2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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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명예회장(왼쪽 다섯번째)과 안병덕 부회장(왼쪽 네번째)이 2018년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 입주식에 참석한 모습
안 부회장은 이 명예회장이 그룹 총수로 취임하기 전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도 옆에서 묵묵히 도왔다고 한다. 이 명예회장 취임 이후에도 1998년까지 회장 비서실장을 수행한 그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 코오롱건설 사장,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 등 핵심 계열사들의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역임해 그룹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안 부회장은 2011년 코오롱건설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계열사의 흡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이 명예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코오롱아이넷과 코오롱B&S 흡수합병을 결정해 건설과 무역, IT, 자동차 유통 등의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코오롱글로벌을 새로 출범시킨 내용이 골자다.

어려운 경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안 부회장을 향한 이 명예회장의 신임도 깊어져 간 것으로 보인다. 이 명예회장은 아들 이규호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까지 안 부회장에게 맡겼다.

앞서 안 부회장은 2017년 말 실시된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승진과 동시에 그룹 경영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이사 직책을 내려놓고 그룹 대내외 업무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안 부회장은 2020년 말 인사를 통해 코오롱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복귀하며 경영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안 부회장은 지원부문을 맡아 새로운 4세 경영 체제가 안착할 때까지 이 부회장을 도울 계획이다. 전략부문을 맡은 이 부회장이 무리 없이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원앤온리 위원회' 주축…그룹 승계의 숨은 조력

코오롱그룹에는 주요 계열사의 CEO들이 모두 포함된 사장단협의체가 존재한다. 이름은 원앤온리 위원회다. 원앤온리는 이 명예회장이 1996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경영방침으로, '하나뿐인 최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원앤온리 위원회는 이 명예회장이 2018년 회사를 떠나면서 만든 조직이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퇴임을 선언함에 따라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4세 경영'으로 넘어가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적 조직이라는 시각이 내부적으로 강하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월부터 원앤온리 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안 부회장은 2020년부터 원앤온리 위원회 수장을 맡고 있다. CEO들과 오너 사이에서 원활한 협력과 조율이 이뤄지도록 조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회사 측은 신설 초기에 계열사별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나 그룹 내 현안을 공유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모든 계열사의 CEO들이 참석한 만큼 내부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원앤온리 위원회는 2022년 '미래 투자 및 고용 전략'을 논의하고, 향후 5년간 4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전략에는 첨단소재와 친환경 에너지, 제약·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이 모두 포함됐다. 원앤온리 위원회가 의사결정 기구가 아닌 협의를 위한 조직이라는 설명이 무색해진 시점이다.

안 부회장은 그룹이 5년 만에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한 만큼 세대교체의 가교 구실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앤온리 위원회는 이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규 사업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준비하는 신사업이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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