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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미국행' 삼성·SK, 미중 반도체 줄타기 계속 북미 고객 접점 확대, 중국 시장 공략 계속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05 09:08:29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공장 부지를 선정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끌고 있는 북미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차원이다.

이와 동시에 양사는 중국 생산라인 시설투자도 단행한다. 증설보다는 메모리 세대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요 거래국인 두 나라와의 관계 유지를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고비용 감수한 SK하이닉스의 승부수…중국도 포기 안 해

SK하이닉스는 4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지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R&D)을 함께한다고 발표했다. 총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가 투입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지 약 2년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이 양산될 예정이다. HBM은 여러 D램을 쌓아 만든 고부가 메모리다. AI 반도체로 거듭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짝을 이뤄 AI 서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패키지 생산 기지이기 때문에 D램 간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후공정이 이뤄진다. HBM 재료가 되는 D램은 한국 이천, 용인 등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중 용인 팹은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완공 예정이다. 인디애나 공장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부터 5세대 HBM(HBM3E)이 본격 생산되고 2026년부터 6세대 HBM(HBM4)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해당 기지에서는 7세대 HBM(HBM4E) 등 패키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SK하이닉스의 행보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현지 기업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과정으로 읽힌다. 그동안 메모리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특정 규격에 맞춘 범용품 위주였다. 메모리 제조사가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찍어내고 이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구매하는 식이다.

국내 메모리 회사가 미국에 메모리 사업장을 세울 유인 요소가 부족했던 이유다. 오히려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중국 등 비교적 인건비와 물가 등이 저렴한 지역에서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게 유리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다르다. 고객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처럼 '커스터마이징'화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같은 HBM이라도 엔비디아, AMD, 구글 등에 각각 다른 메모리를 공급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과 근거리에서 밀접하게 교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가 비용을 감수하고도 인디애나에 진출한 배경이다.

이번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보다 앞서 중국에 다녀온 바 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을 만나 한중 반도체 산업 공급망 협력에 대해 의견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견제와 내수 경제 부진으로 다소 위축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 등에서 공장을 가동할 정도로 중국에 신경을 써왔다. 전체 생산량 중 중국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미국 정부에서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나 작년 10월 '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어느 정도 장비 반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우시 팹에서 제작하는 D램을 10나노미터(nm) 3세대(1z)에서 4세대(1a)급으로 높이기로 했다. 중국에서 활용할 수 없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한국에서 처리하는 묘책까지 내면서 중국 비중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곽 사장은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중국 우시 팹에서 1a D램 생산이 가능한 라이선스를 받아 정상적으로 사업할 수 있다"면서 "올해 중국 비즈니스 환경은 작년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중국 공략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중국 둘 다 놓치지않기 위해 SK하이닉스가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겠으나 이전까지는 양측과의 동맹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삼성전자 시안 낸드 공장(위)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

◇삼성전자, 미 파운드리 공장 보조금 임박…시안 공장 투자 예고

삼성전자 역시 SK하이닉스와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성숙(레거시) 공정 위주인 오스틴 사업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가동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가 패키징 시설만 구축한다면 삼성전자는 전공정부터 미국에서 진행한다. 투자 규모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초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건설 비용 증가 등으로 전반적인 금액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화두는 보조금 규모다. 앞서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60억달러(약 8조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도했다. 다만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고 인텔, TSMC 등과 분배해야 하는 만큼 변동 가능성은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보조금을 명분으로 추가적인 투자도 요청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당분간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메모리는 물론이고 수년간 집중 중인 파운드리 대형 고객이 즐비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사업 육성을 위해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진행하는 턴키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선 미국에서의 왕성한 활동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중국도 챙겨야 한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 공장을 두고 있다. 올해부터 6세대(128단)에서 8세대(238단) 낸드로 라인 교체를 단행할 방침이다. 중국 자국 기업의 낸드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면서 "당분간 두 나라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할 텐데 우리 정부가 이를 적절하게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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