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한 곳에서 심사역 이탈이 시작되면 이직 릴레이가 발생한다. 하우스들이 서로 인력을 빼앗기고 뺏는 상황이 이어지며 대표 간 얼굴을 붉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한 중형 VC 대표가 한 말이다. 시니어급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독립과 신생 하우스의 등장에 심사역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심사역의 범주에는 펀드 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핵심 인력뿐 아니라 허리급 심사역도 포함된다.
월급쟁이가 더 나은 조건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VC업계에서 유독 이같은 현상이 도드라진다. 심사역 사이에서는 이직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생겨날 정도다. 실제 한 심사역은 "업계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이유는 클럽딜이 아닌 이직 제안을 받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심사역의 이직이 단순한 인원 이탈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VC의 책임운용을 중시하는 LP(출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펀드 운용역이 이탈할 경우 관리보수 삭감과 출자사업 지원 제한으로 이어진다. 심사역 이탈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VC가 늘어나는 이유다.
본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은 다른 하우스의 경력자를 빼 오는데 혈안이다. 실제 올해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올라온 투자심사역 채용공고 30여건 중에서 9할 이상이 경력자를 뽑고 있다. 경력이 없는 사회초년생이 지원 대상으로 포함된 공고는 5건이 되지 않는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생각에 눈치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시간 공들여 키운 주니어를 빼앗기느니 차라리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경력자를 뺏는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주니어를 육성하면 손해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앞선 VC 대표는 이직 릴레이가 끝나는 시점을 "대형 하우스에서 이직자가 나올 때"라고 말했다. 대형 VC는 내부에서 심사역을 육성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부 인력이 이탈해도 타격이 적다는 설명이다.
다만 언제까지나 대형 VC에 의존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대형사도 인력 이탈로 올해 펀딩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대형사마저 심사역 영입 경쟁에 뛰어든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규모가 크지 않았던 과거에는 기존 인력들이 이직을 해도 VC 생태계 인력 부족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고 경력 심사역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VC들이 업계 지속성장을 위해 주니어 육성에 뜻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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