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기업가치를 측정하고 어떻게 가치를 키울지 고민하는 일을 한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꿰뚫어보고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데 최고의 전문가다. 그런데 이들이 유난히 언급을 어려워하는 섹터가 있다. 바로 그들이 속한 벤처캐피탈회사(VC)다.현재 국내에 20곳에 달하는 상장 VC가 있지만 시가총액은 명성에 비해 실망스럽다. IPO 시점의 공모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곳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밸류에이션 전문가인 심사역 출신의 VC 경영진들도 자기 회사의 주가가 왜 부진한지, 어떻게 해야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한 상장 VC 대표는 “다른 VC에 비해 분명히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아 답답하다”며 “포트폴리오 기업에 기업가치 증진을 위한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데, 정작 우리 회사의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상장 VC들의 주가 흐름은 종잡기 어렵다. 호실적을 거둔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공정가치평가에 따라 현금흐름과 무관하게 실적이 큰폭으로 등락하니 회계상 이익은 중요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
업계의 다수는 대규모 펀드레이징을 통해 운용자산(AUM)을 늘리는 게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 실제 AUM을 늘리면 관리보수 기반의 이익창출력이 커진다. 더 많은 투자기회와 인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시장에서 AUM과 벤처캐피탈의 주가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이 관심을 갖는 건 오직 테마에 편승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지다. 다만 투자 내역에 대한 정보 공개가 되지 않으니 이미 엑시트를 마친 포트폴리오를 테마로 주가가 급등하는 웃픈 상황도 이따금 벌어진다.
일각에선 타인의 자산을 위탁운용하는 VC의 비즈니스의 특성이 상장기업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위탁운용사로서 갖는 출자자에 대한 선관주의의무와 주식회사로서 갖는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원칙이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모펀드’인 벤처투자조합 운용사로서 지켜야 하는 비밀유지 의무는 주식회사가 갖춰야 할 정보공개의 투명성과 대척된다. 이런 지점이 거버넌스 측면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구조적 딜레마가 상장 VC 경영진의 변명이 되진 못한다. 일단 상장을 했다면 어떤 상황이더라도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증명하고 이를 높여야 하는 게 상장사 경영진의 책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에 없던 이정표를 달성한다면 시장도 결국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할 것이다. 경영활동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면 주주들에게 보유한 현금이라도 돌려주는 게 맞을 것 같다. 일관적 주주환원 원칙으로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면 VC의 구조적 불투명성을 조금이라도 희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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