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01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열렸던 월트디즈니 주주총회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경영진의 대결이 하이라이트였다. 그런데 또 하나의 큰 이슈가 있었다. 바로 AI 문제다. 일부 주주가 회사가 AI를 얼마나,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물었다. 관련 보고서 작성과 공개를 표결에 부치자는 주주제안을 내놓았다.AFL-CIO(미국 최대 노총)도 AI의 활용이 확산되면 고용이 감소하고 중산층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그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회사는 설명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디즈니 외에 애플에도 마찬가지 제안을 냈다. 제안자들은 회사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에 관한 이사회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관련 윤리규정이 존재하는지를 공개하라고 했다.
디즈니는 AI의 활용에 관한 사항은 회사의 통상적인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그 제안을 거부했지만 미국의 SEC(증권관리위원회)는 다른 의견을 냈다. SEC는 디즈니, 애플 모두 관련 요청을 법률상의 주주제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았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3월에 한 주식회사 이사회에 AI 이사가 합류한 것이다. 아부다비의 국영 투자회사 IHC다. IHC는 UAE 최대의 상장회사다. 전 세계에서 주로 M&A를 통해 투자한다. 과거 홍콩의 한 회사에 AI가 멤버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정식 이사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이 AI는 G42라는 아부다비의 한 AI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개발했다. 이사의 이름은 AI(Aiden Insight)다.
AI는 의결권은 없다. 법률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질 방법도 없다. 그러나 이사회의 다른 멤버들은 AI의 동의 없는 투자 결정은 하지 않는다. AI가 사실상 이사회 결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 회사의 이사회에서 내부거래에 선임사외이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2014년에 홍콩의 한 벤처기업이 바이탈(Vital)이라는 이름의 AI를 이사회에 합류시켜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법률상의 이사는 아니었다. 이사회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당시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기업경영자들의 반 이상이 이르면 2025년에 AI CEO가 탄생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 예측이 거의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AI를 이사로 선임할 동기는 없지 않다. 예컨대 3:3으로 대립하는 이사회에서 회의체 구성원들은 정말로 중립적인 한 사람을 추가로 영입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중립성은 100% 확실하게 보장될 수 없다. 여전히 양측의 설득과 공세에 취약하다. AI라면 양측 다 이의가 없을 것이다. AI를 설득하는데 성공한다면 정말로 그쪽 입장이 타당하다고 보아야 한다.
AI에게는 파벌이나 채널이 없다. 편향적 사고, 정치적 행동도 없다. 성별 문제도 없고 나이나 국적도 문제가 없다. 남이 기분 나쁠까봐 할 말을 안 하지도 않고 반대로 아부도 하지 않는다. 인류의 영원한 부담인 ‘나쁜 소식 전하기’에도 거침이 없다. AI가 반대의견을 말했다고 기분이 나빠져서 AI와 척지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외이사가 아니라 사내이사가 이사회를 주도하는 이유는 회사의 사업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야말로 주주 이익을 위해 경영진을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론상 가장 독립적이고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외이사가 될 것이다.
AI는 인간과 달리 과감한 결정이나 정무적 판단에 취약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러한 성향은 이사회에서 오히려 피하는 것이 좋다. 설령 그를 장점으로 본다 해도 인간 중에 그런 장점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다.
SEC는 AI 관련 주주제안이 통상적인 사업 내용을 벗어나고 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이 문제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하거나 주총에서 논의되지 않게 한 이유는 AI 관련 기업전략의 기밀 유지 필요성 때문이라고 본다. 향후 AI 관련 공시의무 도입과 그 범위가 자본시장법의 새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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