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매의 난' 승부가 갈린 31일 아워홈 강서구 본사 1층은 다소 어수선했다. 11시에 시작한 임시주주총회는 1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로비는 결과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가며 카메라를 힐끔거리는 직원들, 이를 통제하는 경비 직원들로 북적였다.혼란한 와중에 꼼짝 않고 뒷문을 지키던 경비원이 바리케이트를 치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문 앞에 택시 한 대가 서자마자 스카프를 두르고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인물이 등장했다. 혹시 구미현 씨 일까 싶어 급하게 뒤쫓았으나 그들은 구미현 측 대리인단이었다.
빠르게 택시에 몸을 싣는 그들에게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구미현 씨 대리인은 강렬한 인상만을 남긴 채 뒷문으로 사라졌다.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줄곧 유지해 온 '단절' 행보가 이 날에도 이어진 셈이다.
이 날 구미현 씨는 아워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에서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본인의 시대를 열었다. 이미 전날 자매들에게 서신을 보내 직접 대표이사로 취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였다. 임시주총에서 그는 이사회 과반을 장악해 의결권을 확보했다.
구미현 체제로의 전환이 결국 시간 문제로 여겨지는 지금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업주부인 그가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구미현 씨는 4월 아워홈 사내이사로 취임한 후 회사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해 한 번도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워홈 창립자이자 네 남매의 아버지 고 구자학 회장과는 완전히 다른 그의 불통이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다.
구 회장은 지독한 현장주의자였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전문가라는 철학 아래 실무자들과 소통을 즐겼다. 이를 위해 모든 현장을 찾아 가보고 현장에서 직접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현장주의를 상징하는 말이 바로 구 회장이 임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던 "가봤냐, 써봤냐, 해봤냐, 먹어봤냐"다.
임시주총에 대리인을 출석시킨 구미현 씨는 아직 회사를 직접 찾은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구 회장의 조언처럼 아워홈을 "가보고, 써보고, 해보고, 먹어볼"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아직 아워홈은 구지은 임시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구 대표가 여전히 업무 보고와 결재를 챙기면서 대표 공백과 경영권 교체 사태에도 내부 동요가 그리 크지 않다고 전해진다.
언제까지나 임시 대표 체제가 이어질 수는 없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구미현 대표 교체 후 신사업 추진이나 경영 기조에 생길 변화를 두고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위기 속에서 최고경영자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아직 감감무소식인 그의 다음 행보에 수많은 눈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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