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본관리 전략]ABL생명, 불안정한 지급여력...추가 조달 현실화할까⑫1분기 사이 지급여력비율 25%p 하락…3000억 자본확충시 31%p 개선효과
강용규 기자공개 2024-07-29 12:38:59
[편집자주]
지난해 보험업계에 밀어닥친 회계기준 변경의 충격은 보험사들이 안고 있는 자본관리 과제에 무게를 더했다. 약점 보강을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효과가 장기적인 자본관리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경영전략의 수립이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현황과 효과, 향후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4:3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BL생명은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 전후로 자본을 확충하며 회계 충격에 대비했다. 여기에 감독 당국의 경과조치를 더해 자본적정성을 권고 기준 이상으로 유지 중이다. 그러나 제도 변경 효과가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자본관리의 안정성이 다소 흔들리는 중이다.이에 ABL생명은 올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가용자본 보강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동양생명과 함께 패키지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자본확충의 변수로 꼽힌다.
◇효과 톡톡했던 2차례 후순위채…올해는 더 큰 효과?
ABL생명은 지난 3월 말 공시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계획을 밝혔다. 실제 발행을 위한 공시가 아니라 올해 발행한도의 결정이며 7월25일 기준으로는 아직 후순위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업계에서는 ABL생명의 자본구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보험부채 가운데 만기가 짧은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높아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요구자본이 불어나는 악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화됐다. ABL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2022년 말 RBC(구 지급여력제도) 기준 198.6%에서 2023년 1분기 말 K-ICS(신 지급여력제도) 기준 111.4%로 급락했다. 그나마 경과조치를 통해 비율을 163.6%까지 끌어올려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넘어설 수 있었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ABL생명의 자본구조를 살펴보면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가용자본이 1조4292억원, 요구자본이 1조2833억원이다. 이 중 가용자본은 기본자본 1조1683억원, 보완자본 2609억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보완자본 중 순자산에서 재분류된 금액은 628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보강이었다. ABL생명은 2022년 9월 630억원, 2023년 3월 1300억원씩 2차례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보완자본을 1930억원 더했다. 이를 통해 지급여력비율 기준 15.1%p의 가용자본 확충 효과를 봤다.
올 1분기 말 기준 ABL생명은 가용자본 1조5234억원, 요구자본 1조3323억으로 지급여력비율 114.4%을 기록했다. 계획대로 3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면 가용자본이 1조8234억원으로 늘어 지급여력비율도 기존 대비 22.5%p 상승해 136.0%가 된다.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으로는 개선효과가 31.6%p에 이르며 비율이 192.2%까지 높아진다.
◇제도 변경에 불안한 자본관리, 추가확충 변수는 'M&A'
ABL생명이 경과조치를 통해 150% 이상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나 분기별로 보면 항상 안정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86%를 기록해 대형사의 안정적 기준이라고 여겨지는 180%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올 1분기 다시 160.6%까지 떨어지는 큰 변동을 보였다.
이는 크게 2가지의 제도 변경과 관련이 있다. 먼저 당국은 장기선도금리의 변동 폭을 기존 0.15%에서 0.25%로 확대하는 부채 할인율 제도 강화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전년 대비 올 1분기 말 총자산이 1023억원 늘어난 반면 현행추정부채는 3044억원 증가하면서 그만큼 가용자본이 압력을 받았다.
이 기간 요구자본에서는 저해지환급형 상품에 대한 해지위험액 산출기준이 강화되면서 생명장기손해보험액이 440억원 늘었다. 2가지 제도 변경 효과에 더해 일시납 상품의 판매 증가로 인해 운영위험액이 186억원 불어난 영향이 더해졌다.
ABL생명은 올해 경과조치 적용 2년차다. 경과조치의 리스크 완화 효과가 10년에 걸쳐 해마다 10%씩 줄어든다는 점도 1분기 큰 폭의 지급여력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3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러한 자본적정성 관리의 어려움을 보강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ABL생명의 후순위채 발행계획에는 변수가 있다. 현재 ABL생명은 같은 중국 다자보험그룹 소속 국내 보험사 동양생명과 함께 '패키지 매물'로 묶여 우리금융그룹으로의 매각을 위한 실사를 받고 있다. 자본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조달은 그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ABL생명은 우수하다고 보기 어려운 자본구조로 인해 보험사 M&A 시장에서 거래 성사 이후 추가 자금투입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며 "인수자 입장에서도 조달 조건만 좋다면 추가적인 부담을 완화하는 옵션이 될 수 있는 만큼 후순위채 발행이 무조건적으로 제한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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