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7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불통(不通)’이에요”최근 취재 차 연락한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투자를 십수년째 이어온 그는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불통’에 분노했다.
업계에 대한 분노는 비단 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개미 투자자’로 불리는 제약바이오 업종 소액주주들은 다들 저마다의 홧병을 가지고 있다. 저조한 주가, 늦어지는 임상, 이유야 여러 가지지만 결국 회사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 분노의 시작이다.
최근 오스코텍 사태만 해도 그렇다. 오스코텍 주주들은 최근 주주연대를 결성했다.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결집된 주주연대의 지분은 이미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의 보유 지분을 넘어섰다. 짚어야 할 점은 제노스코 상장이 오스코텍에 악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노스코는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은 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제노스코는 유한양행이 수취하는 렉라자 로열티의 20%를 받는다, 오스코텍 역시 동등한 비율이다. 두 회사는 매년 1200억원을 그냥 벌어들이는 셈이다.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의 연결자회사다. 연결 기준 재무제표상 제노스코의 실적은 오스코텍의 실적으로 인식된다. 기업가치는 더 좋아지는 셈이다. 상장 이후 제노스코에 대한 지분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주주연대는 이번 제노스코 상장이 ‘쪼개기 상장’의 형태라며 오스코텍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제노스코가 10월 22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이후 3만원 후반대였던 오스코텍 주가는 2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오스코텍은 이후 홈페이지에 관련 입장문을 게재했다. 주주들이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다만 그 이후 주주들과의 소통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 주주는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몇 번 있었다며 이미 주주 소통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의 불통은 호재를 악재로 탈바꿈시켰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분명 좋은 회사다. 렉라자를 통한 탄탄한 매출 기반을 만들었고 보유 파이프라인 역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통에 대한 회사의 안일함이 상황을 악화시킨 셈이다.
정부 역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주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불통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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