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 사각지대]문체부 감정체계 손질 '이건희 컬렉션' 나비효과③진품증명서·감정서 양식 업권 의견 조율, 진위·시가 구분 필요성도
서은내 기자공개 2024-11-18 09:30:52
[편집자주]
미술품 물납제 시행, 미술품 담보대출 수요 등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감정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술품 감정은 미술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인프라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미술품 감정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업계의 오랜 난제로 되풀이되는 중이다. 때마침 감정 관련 법이 개정되며 정부가 감정체계 손질을 예고하고있다. 더벨은 현재 미술품 감정과 관련된 업권의 논쟁과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제도 변화의 방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미술진흥법이 시행되면서 미술품 '감정'체계와 관련된 논의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단 당장 올해 시행된 감정 관련 법 조항 중 핵심은 '진품 증명서'와 '감정서' 발급이다. 감정의 이슈는 미술품 유통업체, 감정기관, 작가 등 여러 영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구체적인 시행안 도출에 각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문체부는 현재 진품증명서, 감정서의 구체적인 양식체계를 손질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법률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기고 업권의 견해를 취합, 수렴하기 위한 절차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 관계자는 "법이 앞서가고 세부체계를 다듬어가고 있으며 내년부터 증명서 양식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미술품 감정체계의 허점과 해결안에 대해서 십여년 이상 미술계 내부에서 논의는 이뤄졌으나 법제정을 통해 본격안이 도출된 적은 없었다. 업계에선 감정 관련법이 시행되고 논의가 본격화된 데에 미술품 물납제 시행이 한몫을 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술품 물납제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도화선이 된 제도다.

◇ "감정 결과에 대한 구체적 논리 기술해야"
올해 시행된 미술진흥법 제2조에는 미술품 감정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다. 작품의 진위에 대한 증명서 발급은 제16조에 언급돼있다. '작가 또는 미술 서비스업자로부터 미술품을 구매한 자는 해당 미술품의 진품증명서 또는 이에 갈음하는 증명서를 발급해 줄 것을 해당 작가 또는 미술 서비스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미술진흥법 조항 중 감정업 신고의무도 오는 2026년부터 시행이 예고돼있다. 현재는 미술 서비스업 중 하나로 감정업이 포함되고, 감정업을 영위하려면 신고를 해야한다는 취지다.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벌칙이 부여될 예정이다. 해당 제도 시행을 위해 정부는 내년 중으로 감정업의 구체적인 조건 규정에 대한 연구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꽤 오래 전부터 국내 미술품 감정을 놓고 여러 시시비비가 오가면서 정부에서는 감정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중 하나가 전문인력 확충 이슈였다. 현재 국내에 감정인력의 풀이 얕고 현 인력이 고령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체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 화랑협회와 협력해 인력 양성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감정 관련 법제가 올해부터 순차로 시행되고는 있으나 갈길은 먼 상황이다. 감정서와 증명서 양식 제정을 놓고도 쟁점별로 업권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문체부에서 구체적인 방향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진위감정이나 가치평가 등에 있어서 결과 도출까지 보다 구체적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틀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감정서의 경우 미국 모델, 국내 통용 양식을 고려하고 전문 자문을 거쳐 양식을 만드는 중"이라며 "진위나 시가감정 모두 감정기관마다 감정결과는 서로 다를 수 있으나 외부에서 감정결과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선 감정서의 양식이 보다 체계적으로 기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관계자는 "미술품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감정'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등 체계 병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제도 실효성 반신반의…업권 비용 확대 우려도
감정체계 손질의 필요성이 크게 각인된 계기는 미술품 물납제 시행으로 해석된다.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미술품 물납제는 미술계의 오랜 숙원이었으나 시행되지 않다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컬렉션이 국가 기증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최근 미술품 물납제 1호 사례가 나온 상태다.
미술품으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는 미술품에 대한 감정과 가치평가가 기본이다. 세금을 매기는 대상인 미술품의 가치 뿐 아니라 물납할 작품의 가치까지 정확히 계산해야 물납제가 정착할 수 있다. 세수 확보를 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감정 체계 손질의 큰 수요가 생겨난 셈이다.
다만 정부의 감정체계 관련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업계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감정서의 경우 화랑들에게 의무에 따른 비용만 더 발생할 뿐 기존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감정서 시행 자체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뜻에서다.
한 갤러리 대표는 "법 시행으로 크게 뭔가 바뀌는 게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감정 기관을 비롯해 객관성과 전문성이 높은 감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화에서 감정서를 다듬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시행된 법안에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이 혼동되고 있고 시가감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 사항은 빠져있다는 견해다. 한 감정기관 관계자는 "미술품 시가 감정인력의 지위 확보는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이며 진위 시가감정을 명확히 구분해 각각 제도가 다르게 추진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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