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롯데손보, 후순위채 콜옵션 기싸움 본질은 권고수준 맴도는 K-ICS 비율 놓고 수개월간 마찰 지속
백승룡 기자공개 2025-05-09 08:51:19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1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를 추진하려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연달아 제동을 걸면서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롯데손보의 불안정한 자본적정성을 두고 수 개월간 이어진 갈등이 이번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여부를 놓고 지속된 모습이다.◇롯데손보 후순위채 중도상환에 금감원 '제동'
8일 롯데손보는 이날 예정된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를 추진하려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우려를 표하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주로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발행된다. 통상 만기는 후순위채의 경우 10년,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30년 등으로 길지만 대부분 5년 뒤 콜옵션 조항을 부여한다. 롯데손해보험도 문제가 된 이번 후순위채를 지난 2020년 5월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발행하면서 5년 뒤 콜옵션 조항을 둔 바 있다.
시장 투자자들은 사실상 자본성 증권을 콜옵션 시점까지의 만기를 지닌 채권으로 간주해 투자해 왔기 때문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다. 해당 발행사의 추후 시장성 조달이 막힐 수 있는 정도의 사안이다. 롯데손보가 금감원의 제재에도 콜옵션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힌 이유다.
다만 금융회사의 자본성 증권 콜옵션 행사는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은 보험회사는 후순위채무를 상환한 후의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만기 이전에 상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금융회사의 자본으로 승인한 주체가 금융감독원인 만큼, 조기상환 시에도 자본적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롯데손해보험의 K-ICS 비율이 이미 올 1분기 말 기준 15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900억원의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고 나면 롯데손해보험의 K-ICS 비율은 추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롯데손보 측의 입장이나, 자본적정성이 기준 이하로 훼손되는 콜옵션은 허용할 수 없다는 금감원의 입장 모두 일리는 있다"면서도 "양측이 조율없이 강경하게 부딪히면서 문제가 커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롯데손보 자본적정성 불안…증자 권고에도 '묵묵부답'
이번 후순위채 콜옵션 문제는 양측의 이견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트리거였을 뿐, 이미 지난해부터 금융감독원과 롯데손해보험은 K-ICS 비율을 놓고 대립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을 시행하면서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도 기존 RBC 방식에서 K-ICS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여타 보험회사들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대해 ‘원칙모형’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롯데손보는 ‘예외모형’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예외모형을 적용하면 원칙모형 대비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이 완만하게 줄어 실적 감소폭도 상대적으로 작다. 이는 일부 순이익으로 계상되는 효과가 발생해 K-ICS 비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말 롯데손보의 예외모형 기준 K-ICS 비율은 154.6%였지만,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127.4%까지 낮아진다.
올해 초 롯데손보는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까지 마치고 돌연 철회를 결정했는데, 이때도 금감원이 K-ICS 비율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증권신고서를 1월 31일에 제출하면서 K-ICS 비율은 전년도 3분기 기준으로 기재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 측은 4분기 말 기준으로 정정해서 기재할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3분기 말 K-ICS 비율 대비 4분기 말에는 약 5%포인트 낮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금감원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예외모형을 적용해 K-ICS 비율을 산정한다거나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K-ICS 비율 시점을 조정하는 ‘테크니컬한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가려 하지 말고 최대주주가 자금을 투입해서 롯데손보의 기본자본을 확충하라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최대주주가 PEF 운용사이다 보니 자금지원 가능성 또한 희박해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빅튜라 유한회사(지분율 77.04%)로, JKL파트너스가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를 상대로 매각에 나섰지만 매각가격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결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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