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KT와 MOU 맺은 속내는? ‘빅 바이어’ 예우ㆍ다양한 인수조건 등 해석...정치적 배경 작용여부도 의문
이 기사는 2010년 02월 25일 14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카드가KT와 비씨카드 지분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비씨카드 인수전이 다시 수면위로 등장했다.
작년8월 보고펀드가 지분30% 가량을 인수하자 마자 등장한 KT는 세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카드 등 비씨카드 주요 주주들은 당장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수개월간의 정적을 깬 것은 신한금융지주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신한금융이 당초 스탠스를 바꿔 경쟁입찰을 통한 고가매각이 아닌 KT와 단독 MOU를 체결한 배경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사실 신한금융 입장에서 비씨카드 지분14.85%은 딱히 쓸모가 없는'비핵심자산'에 해당된다. 난고 끝에LG카드를 인수한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점유율20%이상을 보유한 독보적인1위 사업자로 굳이 수수료를 줘가며11개 은행이 이름만 빌려와'각개전투'를 치르는 비씨카드의 힘을 빌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요인은 신한이 비씨카드 지분'매각'을 결정짓는 요소에 불과하다. 달리 말해 팔 수는 있지만 반드시'KT'에 팔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미 보고펀드가 지분매입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입찰(Bidding)을 거칠 경우 훨씬 높은 매각가격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측이 KT와 단독으로 MOU를 체결한 것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KT(국민은행)-SKT(하나은행)-LG(우리은행) 등 통신 ‘빅3’는 모두 경쟁 은행들이 주거래 은행을 꾀차고 있다. 금융권에서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셈이다. 재계10대 기업인KT의 경우 국민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거래규모를 거두고 있지만KT와 거래하는 개인고객들의 유선전화 결제 등 고객 충성도가 높은 거래는 모두 국민은행 차지여서 뭔가 성에 차지 않아 보인이다.
만약KT의 주거래 은행으로 낙점될 경우 각종 결제를 비롯해 퇴직연금을 포함한 각종 예금상품 신규 수요를 유치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최근KT 서초동 지점에 신한은행 사무소가 입점한 것으로 안다"며“KT의 비씨카드 지분 인수에 대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자 신한은행 입점이 허용된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다만MOU 체결과 지분매각은 별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신한이 별다른 조건 없이 선선히KT에 지분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카드는"KT가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신한도 지분을 넘기겠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MOU상 약속한 매각 대상 지분도 신한카드가 보유한 비씨카드 전체 지분(14.85%)의10%로 한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뜻 보기에는 신한이 먼저KT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지만 비씨카드 인수의 향방을 먼저 나서 결정짓지 않겠다는 얘기다. 달리 말해KT가 능력을 발휘해2대주주인 우리은행을 설득해 인수전 판세를 바꿀 경우 신한도 동참하겠지만 신한이 먼저 나설 생각은 없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예상은 이번MOU가 구속력이 없는 넌 바인딩(Non-binding) 계약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한으로서는KT의 체면을 차리게 해주는 모양새지만 KT가 세부적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비씨카드 지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신한으로서는 "할만큼 했지만KT가 인수조건을 채우지 못해 팔지 못한다"는 명분을 획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MOU가 본격적인 지분매각계약 성사와는 거리가 있는'빅 바이어' KT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단행됐을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MOU 체결과 관련, 26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4번째 연임을 기대하는 라응찬 회장의 결단이 가미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굳이 보고펀드나KT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해 정치적 리스크를 지는 대신 겉보기나마 양쪽에 모두 기회를 줬다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한 것이란 의미다.
비씨카드 최대주주를 꿈꾸는KT로서는 수개월간 공들인 지분인수를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해 신한이 보유한 지분을'디딤돌'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카드와 MOU 체결까지는 이끌어냈지만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까지 확보는 별개의 협상이다.
KT는 비씨카드의 승인 아래3주 가량의 실사에 돌입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MOU내용은KT와의 비밀유지 약정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매각 지분량이나 가격 역시 실사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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