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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코리아, 브랜드 단일화·채무회수 왜 나섰나 [수입차 법인분석]①'지프 포커스 전략' 딜러사 부담, 매출채권도 회수 …본사 매입 28.2% 증가

구태우 기자공개 2018-12-28 08:20:21

[편집자주]

'수입차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입차의 가격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 정비망도 잘 갖춰지지 않아 차량 결함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도 끊이질 않는다. 어떤 브랜드의 차량을 어떤 영업사원을 통해 사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이 같은 혼란은 촘촘하지 않은 수입차의 판매망과 정비망에서 비롯된다. 더벨이 수입차 국내 법인 및 판매·정비 네트워크를 집중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7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FCA코리아는 세계 7위 자동차 회사인 FCA그룹(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의 국내 판매법인이다. 글로벌 기업이지만 국내 판매법인은 중소기업에 가깝다. FCA코리아는 국내에 관계사 없이 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 차량을 수입 판매하는 단순 임포터 역할을 맡고 있다. 세일즈와 A/S는 딜러사의 역할이다. 할부 금융은 JB우리캐피탈이 맡고, 광고 등 마케팅은 FCA그룹에 용역을 줘왔다.

FCA코리아는 1996년부터 국내에서 크라이슬러를 판매했다. 크라이슬러 한국판매주식회사로 출발, 소유주가 바뀌면서 이름을 바꿔 달았다. 피아트그룹은 2014년 미국 크라이슬러 그룹을 인수 합병했다. FCA그룹은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등 11개 브랜드와 페라리, 마세라티 등 2개의 고급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FCA코리아는 이중 3개의 브랜드(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를 수입해 판매한다. 올해부터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판매를 중단하고 지프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인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국내 판매법인은 FMK코리아다.

FCA그룹은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판매실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판매대수는 볼보보다 낮다. FCA코리아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안팎이다. 이조차도 지프가 서브 차량 인기에 힘입어 판매 실적을 견인해 가능했다. 지프는 지난해 7284대를 판매하면서 최고 실적을 냈다. 지난해 FCA코리아가 판매한 차량 중 85.3%가 지프였다. 올해는 지프 차량이 총 6757대(11월 누적 판매대수) 팔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지프 차종은 총 5개다. 신형 콤파스를 제외하면 4개 차종이 고르게 팔리고 있다.

◇FCA코리아 '전략 변화', 딜러사가 떠안아

FCA코리아는 올해부터 판매 전략을 바꿨다. '지프 포커스 전략'을 추진하면서 전국 20곳의 딜러사 전시장도 지프 전용 전시장으로 바꿨다. 판매 전략이 바뀌면서 딜러사가 부담을 떠안았다.

FCA코리아의 딜러사는 크라이슬러와 지프 판매를 겸하고 있다. 일부 딜러사는 피아트 차량도 함께 판매했다. 올해부터 지프 브랜드만 판매하면서 라인업이 대폭 축소됐다. 이전에는 중형 세단(크라이슬러), 경차(피아트), 서브(지프·피아트) 라인업을 보유했는데 현재는 서브 차량 만 팔고 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국내 판매대수는 각각 272대, 980대다. 2016년 크라이슬러 중형 세단은 국내에서 879대 팔렸다. 이들 브랜드는 라인업이 각각 달라 소비자층이 크게 겹치지 않았다.

고객의 불만도 실제 차량을 판매한 딜러사에게 집중됐다. 피아트는 지난해 국내에서 980대 팔렸다. 판매대수가 전년보다 32.8% 급증했다. 판매 실적의 이면에는 피아트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있었다. FCA코리아는 지프 포커스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피아트 재고 떨이에 나섰다. 서브 차량인 500X는 1대당 1000만원의 할인혜택을 줬다. 30% 가까운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재고 전량을 덜어냈다. 경차 모델인 500C와 500도 재고가 소진됐다. FCA코리아는 지난해 8월 이후 추가 물량을 배정하지 않으면서 판매를 중단했다. 프로모션 전 피아트를 구매한 소비자는 반발했다.

FCA코리아는 브랜드 단일화에 앞서 딜러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브랜드 단일화에 따라 비용이 발생할 경우 판매법인과 딜러사가 공동으로 분담하기로 했다. FCA코리아는 "일부 딜러사들도 지프 단일 브랜드 전략을 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FCA코리아는 전국에 15개의 딜러사를 두고 있다. 서울 4곳을 포함 수도권에 총 7개의 딜러사가 분포해 있다. 수입차 판매 격전지인 서울 강남권은 빅토리 오토모티브와 씨엘모터스, 렉스모토스가 경쟁하고 있다. 빅토리 오토모티브는 경기 분당권도 맡고 있다. 인천·일산·수원에도 딜러사가 있다.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20곳(피아트 11곳)이 분포돼 있다. 서비스센터는 딜러사가 운영한다.

FCA코리아 전시장·수리망 현황

◇'곳간 쌓기' 나선 FCA코리아, 딜러사 채무 회수

지난해 FCA코리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보다 490억원 증가한 1068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이 2배 가량 늘어난 건 딜러사를 대상으로 매출채권 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딜러사는 FCA코리아로부터 차량 소유권을 이전받고, 대금을 어음 등으로 지급한다. 딜러사가 갚을 대금은 FCA코리아의 매출채권에 기록된다. 지난해 FCA코리아의 매출채권은 35억원으로 전년보다 265억원 줄었다. 매년 300억원 가량이 매출채권으로 잡혔는데, 지난해 이례적으로 대폭 감소했다. 딜러사로부터 매출채권을 회수해 현금을 쌓은 셈이다. 딜러사인 빅토리 오토모티브는 같은 기간 동안 매입채무가 35억원 줄었다. 빅토리 오토모티브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차입금은 전년보다 56억원 증가했다. 차입금을 빌려, 채무를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FCA코리아의 미지급비용과 미수금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FCA코리아의 미지급비용(210억원)은 전년보다 15억원 늘어났다. 미지급비용은 직원 급여, 수수료, 은행이자 등으로 판관비 및 매출원가에 일부 포함되는 비용 중 지불하지 않은 대금이다. 이중 절반 가량은 딜러사에 지급해야 할 인센티브(판매수수료)다. FCA코리아는 지난해 128억원의 판매수수료를 미지급했다. 같은 기간 동안 미수금도 3억원 늘었다. 딜러사에 줄 돈은 안 주고, 받을 돈은 거둬들이면서 유동성을 축적했다. FCA코리아의 지난해 유동비율은 245%로 유동성이 건전한 상태다. 부채비율은 145%다.

FCA코리아는 지난해 FCA그룹으로부터 2414억원의 완성차를 매입했다. 매입액이 전년(1732억원)보다 682억원(28.2%) 증가했다. 2015년 매입액은 1972억원이다. FCA코리아는 2014년 이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쌓은 이익잉여금은 429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누적된 이익잉여금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FCA그룹으로 들어간다. 2014년 88억원을 배당했다. 본사에 진 부채규모도 불었다. 지난해 FCA코리아가 본사에 진 매입채무는 379억원이다. 전년보다 155억원 증가했다. 전체 부채총계 중 32.5%를 FCA그룹에 졌다.

지난해 FCA코리아의 매출은 전년보다 487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도 8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7% 포인트 증가한 5.2%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동안 3.2배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은 491억원을 기록했다.

FCA코리아 영업활동 추이(201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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