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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독일의 복수의결권제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9-23 10:12:56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3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프랑스, 스웨덴,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경제국들이 보통주식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게 하는 복수의결권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독일은 복수의결권제도에 부정적인 나라다. 독일에서의 복수의결권제도의 역사는 대단히 오래되었는데 1960년대에 들어 규제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바이마르공화국 시대의 1920년대부터 복수의결권주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당시에도 이미 ①복수의결권주식은 경영의 지속성과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해서 주주총회에서의 특수한 상황이나 일부 주주들의 투기적 동인에 의한 행동이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긍정적 의견과 ②복수의결권주식은 유능한 경영진 보다는 무능한 경영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준다는 부정적 의견이 대립했다.

복수의결권주식의 남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은행들이 견제할 수 있다는 의견과 은행들은 통상 경영진의 편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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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주식법(Aktiengesetz)이 제정되면서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은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복수의결권주식은 회사에 중대한 경제적 필요가 있음이 소명되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엉뚱하게도 복수의결권주식과 관련한 소송이 행정소송인데 이런 배경이다. 1995년 현재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독일 상장회사는 RWE, Henkel, MAN, Metro 등을 포함해서 72개에 이르렀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둘러싼 독일에서의 논란은 1998년에 매듭지어졌다. 주식법이 개정되었는데 ‘자본시장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주식을 불허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현행 독일 주식법 제12조 제2항은 "복수의결권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주식법 개정의 기초가 된 독일 정부의 입법자료를 보면 ①복수의결권주식은 주주의 재산권 행사에 의한 경영진 통제를 약화시키고 ②외국인 투자자가 독일 회사 주식을 취득함에 있어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신뢰를 가지는 데 유해하다.

주식법 제134조 제1항 제2문에 의한 의결권상한제의 금지가 상장회사에만 적용되는 것과는 달리 복수의결권주식의 금지는 모든 회사에 적용된다. 다만 주식법 제12조 제2항은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과 경제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채권계약인 의결권구속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독일 회사의 지배주주들은 의결권구속계약의 체결을 통해 경영권의 안정을 도모할 기회를 가진다. 물론 의결권구속계약은 소수주주들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독일 주식법은 제127a조를 통해 주주들이 온라인 주주포럼을 결성해서 의결권 행사를 조율할 수 있게 한다.

주식법 개정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이 전면 금지되었지만 개정법 발효 당시 존재하던 복수의결권주식의 효력이 당연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존의 복수의결권주식은 존속하게 된다. 그러나 개정법은 2003년 6월 1일 이전에 회사가 복수의결권주식의 보유자들이 참가하지 않은 주주총회에서 참석주주 75% 찬성의 다수결의로 그 존속을 결의하지 않는 경우 동일자로 복수의결권주식은 모두 소멸한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모든 주주는 복수의결권주식의 폐기를 내용으로 하는 의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해 주주총회는 단순다수결로 결의하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규정들에는 위헌 소지가 있다. 그래서 복수의결권주식의 폐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정한 가액에 의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국내에서 복수의결권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진지 이제 꽤 오래 되었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적 결정만 남은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이 다양한 사례와 논거를 소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은 재벌규제 외에는 이렇다 할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독일의 사례가 그를 보충해 준다. 복수의결권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어떤 주의할 점이 있는지 독일이 알려준다.

복수의결권제도에 관한 필자의 입장은 오래 전부터 상장시 일몰조건으로 비상장사 도입 찬성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비상한 역동성과 기업들의 응용력 때문에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들긴 해도 언제까지 우물쭈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도입하는 것이 맞겠다. 그러나 상장사까지 바로 확대하자는 의견은 성급하다. 도입하고 일단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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