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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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제주항공, 유가급락 '득' 아닌 '독' 됐다1분기 유가헤지 등 파생상품 손실 136억…LCC 중 유일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19 13:18:58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8일 16: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하락은 항공사들에 희소식이다. 통상 운영비에서 최대 30%를 차지하는 연료유류비 지출이 줄어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유가는 환율과 경기변동, 질병 등과 함께 항공사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환경적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 역시 올 1분기 유가폭락의 영향권에 들었다. 1분기 영업량을 고려할 때 유가 5% 변동시 영업비용이 34억원 늘거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유가하락은 회계상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변동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마련해둔 유가 헤지(Hedge) 파생상품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게재한 분기보고서와 IR 자료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 1분기에 마이너스(-)136억원의 파생상품 평가·거래손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파생상품으로 62억원의 이익을 올렸으나 손실이 198억에 달하며 손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년 동기 74억원이었던 금융비용이 25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제주항공이 1Q 분기보고서에 명시한 금융수익과 금융비용 내역.

제주항공은 유가·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 회피를 위해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유가옵션계약 및 통화이자율스왑계약 등을 체결한 상태다. 항공유나 외화를 미리 약속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사들이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 같은 헤지 전략은 무엇보다도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따라서 유가 변동에 따라 파생상품 관련 손익이 발생하게 된다. 유가가 계약가격보다 높으면 이익이 나고, 낮으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제주항공 분기보고서에는 "유가선도계약인 WTI Swap, Sing Kero Swap 방식은 계약기간 동안 만기가격이 계약가격 아래로 하락하면 당사의 무한 손실, 계약가격 이상이면 당사의 무한 이익인 계약"이라고 명시돼있다.

이 같은 헤지 전략이 올 1분기 유가가 폭락하며 독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감소한데다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며 초과공급 상태가 지속된 영향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1분기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72.2달러로 전년 73.6달러 대비 1.9% 하락했다. 여기에 운항중단 조치 등이 겹치며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유류비가 전년 대비 24%나 줄었다.

그동안 제주항공의 헤지 전략은 대부분 순이익 증가에 기여해 왔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73.6달러였던 지난해 1분기엔 108억원의 이익을 냈다.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유류가격 및 환변동에 대응해 헤지 전략을 쓴다는 사실은 제주항공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을 크게 덜어내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상치 못한 유가하락 사태가 이어지며 역풍을 맞은 셈이 됐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저유가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유류 헤지로 인한 손실이 다음 분기에 또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영업외비용인 금융비용이 늘어나면 순손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해 적자전환한 상태에서 금융비용까지 커지면 타격이 심각해진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1분기 별도기준 6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기타손익과 금융손익 등이 반영된 당기순손실은 995억원으로 나타났다. 순손실 증가는 이익잉여금 감소로 이어져 자본총계를 낮추고 부채비율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53%에서 올 1분기 말 483%로 130%포인트(P) 늘어났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영업외 부문에서 리스부채로 인한 외화환산 손실 및 파생상품(항공유) 관련 손실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의 재무상태와 자금을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헤지 전략을 주도하는 사람이 바로 CFO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2분기에도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 금융손실까지 더해지면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건 시간 문제다.

현재 제주항공의 CFO는 이정석 재무기획본부장(상무)이다. 이 상무는 지난해 말까지 애경그룹 계열사인 AK플라자에서 경영기획본부장(CFO)을 지내다 올 1월1일부 제주항공으로 넘어온 그룹 내 기획·재무통(通)이다. 6년 넘게 재무를 총괄하며 이스타항공 인수작업을 이끌어온 김태윤 상무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1971년생인 이 상무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MBA를 마쳤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AK홀딩스에서 기획담당 부장을 지냈고, 이후 AK플라자로 자리를 옮겨 4년간 CFO로 활동했다. 특히 AK플라자로 전보이동하며 처음 임원(상무보)을 달았으며 2017년 말 상무로 승진해 올해로 3년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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