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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진옥동 신한은행장의 '번영의 역설'

손현지 기자공개 2020-08-11 07:44:05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0일 07: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소문난 다독가다. 같은 책도 여러번 읽는 편이며 추천 빈도도 잦다고 한다. 임원들에게도 매분기 경영진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 회의에서 경영관련 도서를 한 권씩을 선정해 권하는 편이다.

진 행장의 올해 2분기 추천도서는 바로 '번영(繁榮)의 역설'이다. 그 스스로 신한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심히 공감했다고 한다.

책 저자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혁신의 대가로 소문난 크리스텐스다. 번영의 전제조건은 빈곤 지표들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에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진 행장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궁금해졌다.

얼마 전 신한은행의 한 임원을 만났을 때다. 그는 근황을 소개하며 다이어리를 보여줬다. 장 마다 손글씨가 빼곡했다. 현업부서와 면담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특징을 적어놨다고 했다. 고객 유치 과정, 아이디어, 특정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그들이 어떤 위험과정을 겪었는지 에피소드도 담겨있다.

이는 진 행장이 취임 초부터 추구한 '고객가치경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진 행장은 숫자로서의 성과 보다는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영은행들이 추구하는 영리를 과감히 버렸다. 핵심성과지표(KPI)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자산규모나 상품판매 수수료 수입 등 수익성 요소 중심에서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선회했다.

성과를 내기까지 '과정'을 조명했다. 조직, 사회, 동료에 대한 신의성실 가치가 내포돼 있는지를 보겠다고 했다. 임원들로서는 정량평가 뿐 아니라 정성평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후배 직원을 잘 관찰하는 수 밖에 없게된 셈이다.

진 행장은 신한 DNA의 산증인이다. '일본통'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대리시절부터 인력개발실을 거쳤다. 신한의 문화를 현업부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교육하고 이끄는데 누구보다 열성이었다고 한다. 옛 기업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이직한 뒤 맡았던 첫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 그는 신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앞서 18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현지의 3만2000여개에 달하는 장수기업의 기업문화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출현 등 새로운 위협요소가 잇달아 출현하자 신한의 '문화 변화' 필요성을 절실하게 체감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어쩌면 진 행장의 고객가치평가는 금융권의 '패러독스'다.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 마저 거스른다. 기존 대비 노력과 시간이 더 소요되는 작업이다. 진 행장은 짧은 호흡이 아닌 긴 호흡으로 새로운 신한의 과도기를 맞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익성 중심의 KPI 문화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신한의 방향성만은 확고해졌다. '고객퍼스트'를 외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진 행장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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