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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제약의 '딜라이트' 일병 구하기

강인효 기자공개 2021-05-13 07:35:08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2일 07: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청기 업체 딜라이트는 저소득층 청각장애인들이 싼값에 보청기를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김정현 대표 등 3명의 대학생이 2010년 의기투합해 세운 사회적 기업이다. 대원제약은 2011년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의료기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딜라이트는 실적 부침 속에 10년간 9번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매출 부진과 함께 적자가 지속된 탓에 2018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대원제약은 딜라이트 인수 당시 보청기의 가격경쟁력이 월등한 만큼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딜라이트의 실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원제약 오너 2세인 백승열 부회장은 딜라이트 인수를 알리면서 “저소득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좋은 취지를 계속적으로 살리고 사업 자체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원제약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였다. 인수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4번에 걸쳐 3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해줬다. 2017년에 자금 수혈을 중단하긴 했지만 2015년부터는 매년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대원제약이 여태까지 딜라이트에 대여해준 자금만 작년 말 기준 4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원제약은 이 대여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뒀다.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백 부회장이 언급한 약속을 지켰지만 대원제약에 딜라이트는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특히 대원제약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덩달아 유동성도 악화돼 지원 여력이 축소된 점도 딜라이트에는 악재다.

딜라이트의 사업 취지에 공감해 인수했고 좋은 취지를 계속 살리기 위한 대원제약의 그간 노력과 지원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손실을 감내하며 무조건적으로 퍼주기만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원제약은 딜라이트 지분 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모회사로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딜라이트를 도와주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중요한 점은 딜라이트가 설립 취지에 맞게 사회적 기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추게끔 하는 것이다.

딜라이트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이사회 멤버는 현재 모두 대원제약 인물로 채워져 있다. 대표인 김연섭 전무와 감사인 권영남 이사 외에도 대원제약 오너 2세인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둘 다 사내이사)도 포함돼 있다.

딜라이트는 지난 3월 사명을 ‘대원메디테크’로 변경하며 대원제약의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대원제약의 ‘딜라이트 일병 구하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는 상황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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