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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출자사업 '흥행의 조건' [thebell note]

양용비 기자공개 2021-06-23 08:06:31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2일 07: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출자 사업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벤처 펀드에 최대 100억원까지 출자하겠다며 공고를 낸 지자체가 있지만 국내 운용사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올해 지자체에서 진행한 출자 사업을 살펴보면 이 같은 분위기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올해 1월 ‘군산 혁신성장 펀드 1호’의 위탁운용사를 모집했다. 출자 금액은 30억원. 그러나 출사표를 던진 운용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2월에 진행한 2차 모집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1곳의 벤처캐피탈이 도전했다가 자진 철회했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도 지자체가 출자하는 분야는 외면 받았다. 2차 정시 문화계정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광주광역시에서 100억원을 출자키로 한 분야다. 이 분야에 지원한 벤처캐피탈은 1곳. 모태펀드는 위탁운용사 선정을 보류하고 현재 수시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출자 사업에 찬바람이 부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의무 투자 비율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산시는 올해 1차 모집 공고를 내면서 시 소재 기업에 펀드 결성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광주광역시도 비슷한 수준으로 광주 소재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는 운용사에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도권과 비교해 해당 지방에서 실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눈에 띄는 기업에 투자할 순 있지만 기업의 절대수가 적은 탓에 의무 투자 비율을 충족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결국 출자 사업 흥행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역 딜 소싱 기근'에 있었다. 딜 소싱이 어려울 수록 펀드 운용 난이도는 높아진다. 국내 운용사가 지방 출자 펀드 지원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지자체에서 출자 사업을 벌이는 것은 지역 혁신성장 동력 발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다만 해당 지자체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단순 '자금줄' 역할만 수행하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위탁운용사의 투자 선택지를 늘려줄 수 있는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의 자체 액셀러레이팅센터 설립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자체 액셀러레이팅센터에서 선제적으로 지역 유망기업을 발굴·육성해 위탁운용사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액셀러레이팅센터는 지역 딜 소싱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지자체 펀드는 운용사에게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진다. 펀드 결성이 급할 땐 실탄을 채워주는 오아시스지만 동시에 운용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는 운용 난이도만 낮출 수 있다면 '독이 든 성배'는 언제든 '성배'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화는 지자체의 손에 달렸다. ‘돈은 우리가 줬으니 운용사가 알아서 딜 소싱하라’는 기존 발상에서 벗어나면 벤처캐피탈의 눈은 지방을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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