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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유예 리스크 진단]코로나19에 대출만기 또 연장…빚폭탄 '째깍째깍'①당국, 원금·이자 모두 유예 재차 시사…은행권 우량건전성 '착시효과' 우려

고설봉 기자공개 2021-09-17 08:50:48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3차 연장을 시사했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명분이다. 문제는 지원 주체인 민간은행들은 이로 인한 부실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 은행이 부실여신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해 떠안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리스크 관리에 허덕이고 있다. 과연 그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10:2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3차 재연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프로그램을 연장해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지원 주체인 금융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자를 받지 않고 만기도 연장해주는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최근 여신건전성이 표면화된 수치와 다르게 내부적으로 곪아가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계 차주의 여신을 정상으로 간주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로 인해 금융권 리스크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 '원금·이자 받지 말라' vs 금융권 '이자라도 받겠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3차 재연장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10일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만나 이에 대한 논의를 벌인 뒤 현재 세부사항 등을 놓고 실무 차원에서 막바지 조율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과 금융권 수장들은 대출 만기를 내년 3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간 간담회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의 발언을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듣고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당국과 금융권 수장들의 입장은 간극이 크다. 당국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유예하는 방식의 상환 유예 기간 재연장을 바라고 있다. 기간도 6개월 이상으로 넉넉히 잡았다. 당국은 프로그램을 종료하면 빚으로 버텨온 이들이 곤경에 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생각은 다르다. 금융사들은 원금 상환 유예는 일부 수용하겠지만 이자 상환 유예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계 차주를 계속 방치하면 오히려 향후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이자 상환 여력이라도 있는 차주는 지원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는 조기에 부실을 진화하는 게 리스크 총량을 줄이는 현명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를 납부한다는 것은 최소한 상환여력이 있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위로 향후 부실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드는 케이스”라며 “한번에 부실이 크게 터지면 오히려 금융권은 물론 경제 전반에 더 큰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벼랑 끝, 건전성 이면에 착시효과

이번 상환유예 3차 재연장 문제를 두고 이자 상환이 유독 쟁점이 된 것은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갖는 모순에 원인이 있다. 금융지원 장기화로 착시효과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각 금융사마다 잠재 부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실제로는 종기가 곪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당국이 금융지원 관련 여신을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도록 하면서 각 금융사의 여신건전성 전반에 착시효과가 녹아들었다. 금융사들은 여신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 단계로 나눈다. 이 가운데 고정이하여신(NPL)은 부실여신으로 별도 관리하며 리스크 정도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조치를 취한다.

기준에 따르면 원금·이자 유예 여신은 NPL로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당국은 이 여신들을 정상으로 분류하도록 금융사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NPL이 정상여신에 섞이면서 대다수 금융사들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실제보다 더 안정화된 것처럼 착시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인해 정상으로 분류해둔 부실여신이 벌써 1년 7개월 이상 방치됐다는 데 있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신청을 받아 이자와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는 오히려 재확산해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그 사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부실은 강도와 규모가 더 커졌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가려둔 리스크가 갑작스럽게 터질 것이란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부실의 표면화는 시점의 문제란 것이다. 정상으로 분류한 여신이 갑자기 NPL로 분류될 경우 리스크의 규모와 강도는 상상 이상으로 클 수도 있다.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에 대규모 부실이 일시에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지금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오히려 잠재 부실만 더 키우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환 여력 및 신용도 등이 이미 1금융권에서 소화하기 힘들만큼 약화된 차주 대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게 보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오류를 부를 수 있는 사안이란 지적마저 있다.

더불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들의 부실이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업대출(소호대출)과 가계대출(신용·주택담보대출) 등 다중채무자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기회에 부실 차주를 한 번 걸러내고 연착륙 가능성이 높은 차주들과 그렇지 못한 차주들에 대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여신을 따로 관리하고는 있지만 다른 부실여신들처럼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부실이 발생한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표면적으로 건전성 지표를 맞추면서 발생하는 착시효과로 오히려 부실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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