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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을 위한 '렛잇비' [thebell desk]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1-12-07 08:08:21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6일 0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한국거래소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파트너를 불러 모아 회의를 개최했다. IPO 추진 과정에서 상장 심사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최대주주가 PEF인 기업이 IPO에 나설 경우 심사를 좀더 깐깐하게 보겠다는 것이 거래소의 입장이었고 이에 대한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의도였다.

거래소의 이러한 움직임은 일견 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재무적투자자의 가장 기본적인 엑시트 창구인 IPO를 놓고 PEF가 옳지 않은 방법으로 시장에 피해를 끼쳤고 거래소가 이를 바로 잡겠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PEF가 최대주주인 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에도 동일하게 규제 허들을 적용시키겠다고 부랴부랴 물타기를 했지만 각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마저도 황당한 논리로 점철된 내용으로 가득하다.

거래소는 IPO 추진 기업 중에 상장예심 신청 전 과도한 배당을 실시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가 회사의 잉여현금을 배당으로 가져가는 것이 잘못됐다는 논리가 기저에 깔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백미는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만큼 과도한 배당"이라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성장 잠재력을 북돋아 주는 적당한 배당의 수준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공모가 산정방법의 합리성을 따져보겠다는 두 번째 심사방안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IPO에 나서는 기업은 누구나 공모가격을 높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매도자가 자신의 물건을 비싼 값에 팔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상장후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가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 때문이라니. 그렇다면 공모가가 낮으면 상장후 주가가 오르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순진한 망상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특정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 제고기간 없이 단기간에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도 막겠다는 항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적정 기간의 수준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1년 이상? 아니면 3년? 거래소가 아예 개별 기업의 경영까지 관여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거래소가 생각하는 IPO 상장 심사방향의 정답은 시장에 있다. 자본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때로는 약사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현금이 두둑한 회사인데 상장직전 배당으로 구주주들이 쏙 빼갔다면 자연스럽게 공모가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공모가 산정 이슈도 똑같다. 상장후 주가가 빠지는 것은 공모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관심, 지나친 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열병을 앓다가 자신의 적정 체온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할 뿐 구주주들의 욕심으로 인해 마치 처음부터 공모가 산정이 잘못됐다고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거래소가 그 누구보다도 똑똑한 시장 위에 올라가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경제하의 시장은 해악을 끼치는 불법행위를 빼고는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Let it be)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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