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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퍼스트펭귄 비긴즈' [thebell note]

박규석 기자공개 2022-01-05 08:07:5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4일 08: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루스, 우리는 왜 넘어지는 걸까. 그래야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 속 토마스 웨인의 대사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그는 마른 우물에 떨어진 어린 아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토마스의 가르침은 훗날 브루스가 고난 속에서도 정의를 실현하는 배트맨으로 거듭나는 기반이다.

토마스의 교훈과 브루스의 성장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유통가의 현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역경을 이겨낸 브루스처럼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루스가 히어로의 길을 선택했다면 유통기업들은 천적의 위험에도 사냥을 위해 바다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퍼스트펭귄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의지는 국내 유통 빅3 수장들의 신년사에서 엿볼 수 있다. 공통된 화두 중 하나는 ‘도전’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가 핵심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캐나다의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퍼센트 빗나간다"는 말을 동시에 인용했다. 모두 실패를 통한 성장을 강조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계획이 즉각적으로 열심히 수행되지 않으면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을 통해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과 성장을 주문하기도 했다.

유통 빅3 대표들이 신년사에서 도전을 강조한 배경에는 생존을 위한 유통업계의 절박함이 녹아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 이커머스 성장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가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해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최초의 계획은 변경되기 부지기수다. 때에 따라서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정된 요소들이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판이 되기도 하고 목표를 넘어서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유통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잭팟을 노리는 허황된 시도가 아닌 성공을 위한 선택이 아닐까. 어느 때 보다 가혹한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곧 시작될 유통히어로들의 '퍼스트펭귄 비긴즈'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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