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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기업 대표가 '지각 금지' 공지를 한 이유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2-11-17 08:03:36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코스닥 상장업체 대표이사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출퇴근 시간 엄수' 공지를 했다고 한다. 연간 400억~500억원의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알짜배기 중소기업이었다. 본사 임직원 수는 약 120여명인데 유독 지각이 잦거나 근태가 엉망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을 둘러싼 변수가 많아지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환기시키자는 목적이었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 착용 등 안전을 강조한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공지였다. 그런데도 대표의 이런 뜻을 제대로 헤아린 직원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적은 상승 흐름을 그리고 있다. 올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익성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만 보면 직원 입장에서 위기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여러 경기 선행지수가 이미 글로벌 경기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경험했지만 경제위기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은 얼마나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에 짓고 있던 건물을 완공 이전에 서둘러 매각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인수한 지 이제 겨우 3년 차인 제조 자회사 매각도 진행 중이다. 연내 납입 완료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비 원매자들도 솟아오르는 금리에 자금조달에 애를 먹으면서 본입찰이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그 새 기업가치가 하락해 매각가가 낮아질까 불안하기만 하다. 인수합병(M&A) 업계에 있는 지인은 내년 상반기에 현재보다 기업가치가 하락한 매물이 엄청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월급쟁이가 체감하는 경기 불황은 생각보다 늦게 닥친다고 했다. 회사 재무제표야 어떻든 매달 통장에 월급이 제대로 들어오면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사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야 파악하는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 없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가 경기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돌이켜 보면 언론에서 이야기 하는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이 아닌 적이 없었고 회사 경영진은 늘 위기 의식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일까.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 이들이 전하는 말의 무게감이 크게 와닿지 않을 때도 많다.

어쩌면 늘 위기감을 품고 살면서 대비책을 세웠기에 실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불황의 늪은 대기업보다 더 깊을수밖에 없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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