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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펀드 일몰 리스크]중소벤처기업 자금줄 마를까…조달루트 단절 우려⑤하이일드 공백 메운 창구…혜택 상실시 수급 기반 흔들

양정우 기자공개 2023-03-28 08:01:25

[편집자주]

4조원 규모로 성장한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올해 연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운용업계는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지만 속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몰 현실화시 비시장성 자산을 담은 펀드의 환매 연기와 중소기업 조달 루트가 사라지는 이슈가 동시에 불거질 여지가 크다. 혜택 소멸은 아니더라도 우선배정 시스템엔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더벨은 눈앞에 닥친 코벤펀드의 일몰 리스크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폭락을 이끈 고금리 기조는 국내 벤처, 중소 기업의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 대출과 사채 등 통상적 조달 루트가 막히기 시작하면 메자닌과 유상증자 등 차순위 창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코스닥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기업의 조달에서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한 게 바로 코스닥벤처펀드다. 사모 메자닌은 대부분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가 인수 주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우선배정 혜택을 받고자 신주에도 적지 않게 투자를 벌였다. 코벤펀드에 허용된 우선배정 메리트가 사라지면 4조원 규모로 성장한 투자 재원도 사라질 처지에 놓인다.

◇중소기업 절반, 이자보상배율 '1' 하회…하이일드 빈자리 메운 메자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을 하회하는 기업 비중이 35.5%에 달하고 있다. 중소 기업만 따로 집계할 경우 48.4%(대기업 22.5%)에 이른다. 근래 들어 이들 취약 기업의 비율은 한층 더 상승 추세에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삼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환율 상승 등 매크로 악재가 빠르게 엄습하면서 국내 기업 전반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부담, 금리 급등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중소벤처기업의 조달 니즈는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생태계를 감안할 때 이들 중소벤처기업의 조달 루트는 제한적이다. 시중은행을 통한 대출은 가장 먼저 제동이 걸릴 창구이고 사채를 찍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s) 시장이 실종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채권은 투자적격등급(신용등급 BBB급 이상)과 투자부적격등급(CC급 이하)의 중간에 위치한 BB급 이하 회사채를 말한다.

국내 회사채 시장(약 220조원)에서 투자 요주의 대상인 BBB급 이하 채권의 비중은 전체 시장에서 3% 미만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는 BB급 이하는 1%를 밑돈다. 사실상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하이일드 채권의 비중이 20%(약 1조5000억달러) 안팎에 달하지만 유독 한국 채권 시장에서 고착화된 취약점이다.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 조성되지 않는 건 부채상환능력이 부족한 벤처, 중소 기업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높더더라도 꾸준히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더구나 경영 여건이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해지는 시기엔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 자본시장에서 하이일드 채권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던 게 바로 메자닌 시장이다. BB급 크레딧을 보유한 기업이 유증을 제외하고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메자닌에 투자하는 게 BBB급 회사채보다 이점이 적지 않다. 주식 전환 옵션이 부여되는 동시에 전환가액 리픽싱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 메자닌 큰손 '코벤펀드'…우선배정 혜택 일몰시 썰물 우려

문제는 국내 메자닌이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는 가운데 코벤펀드가 최대 자금줄로 꼽히고 있는 점이다. 본래 펀드매니저 중에서 메자닌 전문 운용역이 있을 정도로 헤지펀드 하우스는 한국식 메자닌을 주시해왔다.

코벤펀드의 경우 구조적으로 메자닌 투자 니즈가 훨씬 더 크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으려면 벤처기업 신주(15%)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법규상 메자닌 인수도 신주 투자로 인정해주고 있다. 메자닌은 보통주보다 안전장치가 여럿 붙어있기에 메자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우선배정 요건을 충족시키는 운용사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4조원 규모로 성장한 코벤펀드는 국내 벤처, 중소 기업의 조달 니즈를 해소시키는 최대 투자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국내외 불황 장세가 이어지는 여건에서는 든든한 버팀목일 수밖에 없다. 올해 연초를 전후해 메자닌 발행이 위축된 분위기이지만 감사보고서 시즌이 끝나면 신규 발행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마다 유동성 여력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연말까지 자금 스케줄을 재정비하는 데 애쓴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신규 메자닌 발행이 오히려 주춤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감사보고서 제출 이슈까지 정리된 후 새롭게 메자닌을 찍으려는 기업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말 코벤펀드의 우선배정 혜택이 일몰로 결론이 나면 4조원에 이르는 벤처기업 자금줄이 썰물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코벤펀드가 메자닌 투자의 큰손이지만 알파 창출의 키는 배정 비중이 30%에 이르는 우선배정 혜택이기 때문이다. 수익자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공모주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코벤펀드를 선택했기에 메자닌 수급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인즈랩 제1회차 전환사채의 투자자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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