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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신약 꿈, 에피스의 고민]신약과 IPO,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보완적 관계④가장 큰 수혜자가 될 이재용 회장, 상장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임정요 기자공개 2023-05-23 10:58:56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지도 10년이 더 흘렀다. 그 사이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기준 연매출 2조원의 체급으로 성장했다. 바이오 복제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2019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생산 캐파와 단백질의약품 개발력을 갖췄으니 다음 단계는 바이오신약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평균 10년의 연구개발 기간과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성공가능성이 10% 보다 낮다. 그만큼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다. 시밀러를 넘어 신약으로 나아가려는 삼성그룹의 전략적 고민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8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에게 기업공개(IPO)란 오랜 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 5년만에 상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도 자극이 됐다. 우리사주를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은 IPO를 통해 적지 않은 보상을 누렸다. 그에 반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 뼘 떨어진 거리에서 10년째 비상장 기업으로 조용히 내실을 다져야 했다.

상장을 추진했던 적도 있다. 한 때 시밀러 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2015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10조원의 밸류에이션을 노렸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가 대표주관사, 크레딧스위스, 모간스탠리가 공동주관사였다. 결과적으로는 미국 바이오 시장상황 대비 고밸류에이션을 원한다는 이유로 상장은 철회됐다.

이듬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조5000억원의 프리밸류로 코스피에 상장했다. 2조2500억원을 공모조달했다. 17일 기준 시가총액 56조원의 회사가 되었다.

대기업 계열 생명과학 상장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SK바이오팜은 2020년에 약 3조2000억원의 프리밸류로 9600억원의 공모금을 조달했는데 당시 연매출 40억원에 영업적자 상태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에 약 4조원의 프리밸류로 1조2000억원의 공모금을 조달했는데 매출 1500억원에 영업이익이 260억원대였다.

시밀러 회사와 비교하자면 아직껏 허가받은 제품이 없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도 2021년 코스피 상장을 이룬 마당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9000억원대 매출에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견실한 11년차 기업이다. 오히려 돈을 잘 벌고 있어서 상장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자체적으로 창출하는 자금으로도 사업을 끌어갈 수 있다. 이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한다면 그만한 추가 자금조달의 원인이 '신약'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로 매출 10조원을 내겠다며 상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에는 신약에 대한 명분이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시 가장 큰 수혜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약 3조원에 파트너사 바이오젠의 보유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다. 마침 바이오젠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자금을 쏟아붓느라 현금이 급한 상황에 처했기에 계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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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회장→삼성물산(18.26%)→삼성바이오로직스(43.06%)→삼성바이오에피스(100%)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을 이룬다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사람은 바로 이 회장이다.

주목받는 재계 일원으로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에 따른 공익 요소를 명분으로 세울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국가위상과 경제를 부양할 글로벌 수준의 신약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명분'을 세우는 과정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근시일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식석상에서 IPO 얘기를 꺼낸 가장 최근 일은 올 3월이다.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 CFO(부사장)가 삼성물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주주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상장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김 CFO는 2020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했다. 서울대 경영학 석사, 미국 에모리대 MBA 석사를 졸업하고 삼성전자를 거쳤다.

그는 17일 더벨과의 전화통화에서 "바이오젠과 합작사 관계일 때는 이사회에서 바이오젠이 의결권을 가지고 여러가지 이슈를 걸었는데 이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을 모두 인수해 어떤 길로 나아갈지 자유롭게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하려면 신약을 해야한다는 업계 중론에 대해 의견을 묻자 김 CFO는 말을 줄였다.

◇아직은 먼 IPO…"필요시 삼성 내부 자금으로 지원받는게 우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대기업 계열사로서 매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왔다. 그 외에는 경영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뾰족하지 않았다. 주요한 삼성의 신사업 회사로서 투명한 공시의무가 있다는 것이 상장해야할 명분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마저도 이제는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로 분기별 연결재무제표에 충분한 사업설명이 제공되고 있다. 상장이 급할 이유가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부투자자를 엑시트 시켜야하거나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면 조달활동을 해야겠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모든 면에서 급한 상황이 아니다"며 "상장을 위한 동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개발 등 모종의 이유로 많은 조달을 필요로 한다면 그룹내 지원을 받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은 자금조달일 것"이라며 "나아가 IPO를 통한 조달을 단행할 경우 미국시장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출의 94%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필요시 국내보다는 해외상장을 노려봄직하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시 기업가치평가에는 시장분위기와 운도 중요하다"며 "급하지 않다면 좋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말 기준 12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시밀러만으로도 계속 돈을 벌고 회사의 기반을 다질 기회가 많이 있다"며 "상장은 당분간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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