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CGV가 우여곡절 끝에 대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4153억원의 현금이 유입된다. 이와 더불어 대주주인 CJ㈜로부터 현물출자를 받아, 그나마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가져올 수 있었다.업계 1위 CJ CGV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을 크게 받았다. 2020년 3800억원대, 2021년 2400억원대, 2022년 7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극장은 관객이 들지 않는다고 점포를 손쉽게 줄일 수 없다. 결국 영업이 되지 않아도 써야 할 고정비가 너무 많았다.
영업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하면서 최근 몇 년간 시장에 손을 벌렸다. 2020년 7월 유상증자(2209억원), 2021년 6월 영구 전환사채(CB·3000억원), 2022년 7월 영구 CB(4000억원) 등을 통해 시장성 조달을 했다. 이 밖에도 공·사모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수천억원을 끌어왔다.
결과와 무관하게 CJ CGV의 유상증자 발표가 주식시장의 뭇매를 맞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사실상 유상증자가 CJ CGV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고 보고 있다. 이미 채무가 많은 상태에서 회사채 조달은 한계가 있고 메자닌도 대규모 미매각 사례로 인해 진행할 수 있는 증권사가 전무했다.
그나마 대주주인 CJ㈜와 기존주주들을 설득하고 인수 능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를 파트너로 삼아 유상증자를 완주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만 이는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기 보다는 '업계 1위인데 한 번은 다시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작용했다.
CJ CGV는 이번 유상증자 자금을 기반으로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사업자로 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특별관을 늘리고 CGV만의 콘텐츠를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유상증자 자금 중 2200억원 가량, 절반은 채무상환에 사용한다. 결국 주주에게 의존해 채권자의 돈을 갚는다는 말이다. 주주들도 이를 모르진 않았다. 그저 속는 셈치고 다시 성장할 기회를 줬을 뿐이다.
흔히 한국 주식은 장기간 투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지 않아서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은 최대한 몸값을 높여서 상장하고 나면 주식시장을 조달의 수단으로만 여길 뿐 EPS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CJ CGV의 모습은 어떨까. 이미 그 어떤 기업보다 시장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여러차례 주주들에게 손을 벌렸고 이후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유상증자 성공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그린 청사진을 현실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에 증명하지 못하면 주주 뿐 아니라 증권사 조달 파트너들도 더이상 신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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