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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세아상역 vs 한세실업]미국 공략 공통 과제 ‘중미 생산기지’⑥원가·납기 경쟁력 강화 이어 카프타 혜택까지, 수직계열화 생태계 구축 목표

김규희 기자공개 2023-11-17 07:20:4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0: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의류 OEM·ODM 업체 세아상역과 한세실업의 공통된 과제는 중미 생산기지 구축이다. 지금까지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 미중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위기가 커지자 아예 접근성이 높은 중미 지역에 생산시설을 둬야한다는 의식이 커졌다.

이에 두 회사는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아이티 등 중미 생산기지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원가 및 납기 경쟁력 강화 뿐 아니라 카프타(CAFTA·중미자유무역협정) 혜택도 누릴 수 있는 만큼 중미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 세아상역, 중미 투자 늘려 ‘퀀텀점프’ 기회 모색

1986년 서울 공덕동 좁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업체가 글로벌 의류 OEM 톱티어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위기에 빠지기도 했고 우연한 만남으로 큰 고비를 극적으로 벗어나기도 했다.

평범했던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강점을 갖춰야만 했다. 이에 세아상역은 두 번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퀀텀점프를 이뤄낼 수 있었다.

지금의 세아상역을 만든 첫 번째 계기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스템 도입이다. 당시 국내 의류 제조 시장은 OEM 방식이 주류였지만 세아상역은 업계 최초로 ODM을 도입했다. 기존 바이어로부터 오더를 따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고안한 디자인 제품을 거꾸로 고객사에 제안했다. 독점생산권을 확보한 세아상역은 고속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두 번째 도약 기반은 해외 생산기지 확충이었다. 의류 제조업은 원가 절감이 이뤄져야 이익이 나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노동집약 사업인 만큼 원가 절감을 위해선 낮은 인건비가 필수적이다. 이에 세아상역은 1995년 사이판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와 과테말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 중미 등 전 세계에 생산 공장을 설치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글로벌세아의 Sae-A Spinning S.R.L. 2공장 증설공사 사진. 2공장은 지난해 8월 준공됐다. 올 연말엔 제3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세아상역은 세 번째 퀀텀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중미 투자 확대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을 경험한 이후 소비시장과 가까운 지역에 생산시설을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아상역은 코로나19 기간 베트남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공급망 위기에 빠진 바 있다.

게다가 중미에 생산시설을 둘 경우 다양한 장점이 있다. 주요 바이어들이 몰려있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주요 브랜드 바이어의 선호도가 높다. 또 높은 접근성은 가격 경쟁력과 납기일 축소 등 이점으로도 이어진다. 카프타 무역 혜택도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다.

이에 세아상역 지주사 글로벌세아는 지난해 8월 코스타리카에 제2방적공장을 준공했다. 코스타리카에는 원사 공장이 위치한 지역이다. 이어 올 연말엔 제3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들어간 투자금만 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이외에도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과테말라에 위치한 10만평 규모의 공단부지에는 원단공장이 올라가는 중이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정부의 협조 아래 섬유 및 의류 산업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한세실업, ‘아시아-중미’ 양대륙 수직계열화 고도화

한세실업 역시 중미 생산기지 완성을 통해 ‘아시아-중미’ 대륙 수직계열화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한세실업은 세아상역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 1988년 사이판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에 공장을 설립해 생산 규모를 확충하는 동시에 생산거점을 다변화했다.

그중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금을 쏟아부었고 현재 현지에는 한세VN, 한세TN, 한세TG 등 3개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한세실업 전체 생산량의 3분의 2를 책임지는 최대 생산기지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021년 베트남 호치민에 락다운 조치가 내려지는 바람에 생산 및 물류에 큰 차질을 빚었다. 한세실업은 이를 계기로 안정적인 생산능력 유지를 위해 지역 간 불균형을 개선하기로 하고 중미 사업장 확대를 결정했다.

한세실업은 미국과 가까운 중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한세실업 직원들이 니카라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한세실업은 지난해부터 중미 과테말라 지역에 방적, 편직, 염색 등 완전 수직계열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신장위구르 면 사용 금지, 중국 생산 제품 규제 등 분위기가 엄격해지고 있어 원사, 원단, 편직 등 생산에서부터 원산지 증빙까지 중미 공장 건설과 관련한 다양한 투자 상황을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세실업이 추진하고 있는 ‘리커버 프로젝트’는 순환재생 의류 양산을 위한 사업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섬유 업사이클 기술력을 보유한 스페인 리커버텍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한세 베트남 사업장에 대규모 재생원사, 원단 제조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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